미술시평

펜보이 2010. 7. 20. 19:14

 

        지난 6월12일 상해 '우지아오창800 번지'내에 있는 무림화랑에서 열린 김규리초대전 오픈파티

 

중국미술의 현재 시각은?

 

신항섭(미술평론가)

 

한국미술계는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미술시장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중요 아트페어를 보면 판매부진은커녕 관람객마저 크게 줄어드는 상황이다. 미술시장이 얼어붙은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이웃 중국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지난 몇 년 아시아권 미술시장 호황을 주도한 것이 중국이었음을 볼 때 불황 또한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진다. 중국현대미술을 주도했던 4왕들의 작품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가 하면, 경매에서 유찰되는 일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북경 예술특구 ‘798’이나 ‘지유창’, ‘한티에’ 등에 진출했던 외국유수화랑들이 문을 닫거나 폐점상태로 있는 현실이 미술계의 불황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상해 예술특구인 ‘모가산루’나 ‘우지아오창800’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우지아오창800’의 경우 2008년만 해도 30개가 넘는 화랑이 입주해 있었으나 현재는 10개 남짓 밖에 남지 않았다. 그 옆 건물에 새로 화랑이 입주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영업을 하는 곳은 5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798’은 봄이 되었는데도 볼만한 기획전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전시장에서 그림을 구입할 만한 중장년층을 만나기가 쉽지 않고 학생들이 겨우 자리를 메우고 있을 따름이다.

북경 교외에 있는 예술가 집단 거주지인 ‘송좡’에는 활황이던 2007년 전후해서는 5천여 명에 달하는 작가들이 북적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 절반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그나마 전시회 활동도 거의 중단상태에 있는데다가 관광객이나 미술애호가들의 발길조차 끊어져 여느 시골정경과 다름없이 조용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미술경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화구상들의 한탄을 통해 작가들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외적인 변화는 중국 작가들에게는 자기반성의 기회가 되고 있다. 미술시장에서 각광받는 작품 경향을 그대로 따라가던 상황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빨리 출세하기 위해 불나비처럼 오직 돈만을 쫓아가던 작가들이 하나둘씩 자신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어차피 어떤 유형의 작품을 내놓더라도 팔리지 않으니, 이참에 진정 자신이 원하는 작업을 해야겠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작가들이 화실에 처박혀 무언가 새로운 조형세계를 탐구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전통적인 가치에 대해 눈을 뜨면서 그로부터 새로운 답을 얻으려한다. 이제까지 남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는 통렬한 자기반성을 통해 전통적인 가치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들의 의식변화는 어쩌면 당연한 순서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른다.

어느 나라 작가에게나 마찬가지이지만, 활황 뒤에 오는 불황의 그늘은 더욱 짙게 마련이다. 중국작가들은 이제야 그 어려움을 실감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야말로 예술가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진정한 자기모습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명민한 작가들은 미술시장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진정 자기내부로부터 끓어오르는 창작의 열망을 되찾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서울아트가이드 2010년 7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