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이야기

펜보이 2010. 11. 12. 11:33

 

 

 

사운드 포럼 "DAC-1"

 

 

세상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은 세상에 없다. 세상은 무상한 것이다. 세상일뿐만 아니라 시간과 공간도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화한다. 그러니 자연에 귀속되는 나약한 인간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인간의 신체 기능 가운데 눈 못지않게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귀이다. 시각과 청각은 세상을 인지하고 거기에 적절히 대응하며 살아가는데 아주 긴요하다. 눈은 실재하는 사실을 그대로 인지한다는 점에서 사실적인데 반해 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지각한다는 점에서 추상적이다.

소리는 현실 공간, 즉 실재의 공간에 존재하지만 한시적이고 보이지 않으나 청각을 통해 인지할 수 있다. 청각은 신체 기능 가운데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인지하는 기능을 지님으로써 어느 지각능력보다도 예민한 감각을 지니게 된 것이리라. 청각은 다른 신체 기능과 마찬가지로 어느 특정의 소리를 듣는데 집중함으로써 거기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듣는 훈련을 통해 특정의 소리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감각을 지닐 수 있다. 음악을 듣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무슨 음악을 어떤 방법으로 듣느냐에 따라 음악에 대한 이해는 달라지고 청각의 기능 또한 거기에 대응하여 민감하게 변하게 된다.

디지털기술에 바탕을 둔 CD소리와 LP소리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서로 다른 소스의 음악을 분간하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는 소리 자체에 민감하지 못할 탓일 수도 있으나, 그보다는 두 가지 소스를 비교해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즉 듣기 훈련을 통해 소리의 차이를 분별하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없다. 따라서 두 가지 소리를 자주 비교해 듣다보면 서로 다른 음질 및 소리의 특징을 깨닫게 된다. 이는 어쩌면 관심의 문제인지 모른다. 다시 말해 음악 속에서 무엇을 듣고, 무엇을 찾아내며, 무엇을 느끼고자 하는가의 문제인 것이다.

CD와 LP 두 가지 소스에 대해 선호도가 갈리는 것은 개인적인 감성의 차이에 기인한다. 다시 말해 그냥 편하게 음악 자체를 즐기는 정도라면 CD 소리에 대해 불만을 느낄 이유가 없다. 구태여 그 절차가 번거로운 LP를 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다 더 따스하고 부드럽고 아름다운 소리를 듣겠다면 LP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이다. 이두 가지 소스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CD는 음악을 듣는 과정이 간편하거니와 음질 또한 깨끗해서 삼빡한 느낌이다. 뿐만 아니라 오디오적인 소리의 쾌감이란 점에서는 CD쪽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반면에 LP는 스크래치 소리를 들어야 하고 또 기계적인 조작이 잘못되면 정상적인 음의 속도를 유지할 수 없어 결국 왜곡된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 만큼 조작의 까다로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계적인 조작이 잘 갖추어지면 확실히 부드럽고 따스하며 섬세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는 음악적인 아름다움의 문제인데, 아날로그 소리는 디지털 소리보다 한층 풍부한 음의 표현이 이루어지는 까닭이다.

주지하다시피 음악을 녹음한 마스터 테이프에서 CD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20,000Hz로 커트하는 것은 인간의 청각으로는 그 이상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이론적인 근거에서다. 이론적으로는 맞는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실제로 음악을 들을 때 느끼는 감정은 그 이상의 소리를 감득한다는 것이 오디오 마니아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따라서 CD 소리가 차갑고 메마르다는 느낌은 이 문제와 관련이 있다. 청각은 가청 주파수대를 넘어서면 소리의 존재를 분별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인간의 신체기능은 또 다른 감각기관과의 연대를 통해 20,000Hz 이상의 영역도 감득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신체 기능은 다른 감각기관과의 상호작용이라는 또 다른 방법으로 감지하고 감득하는 감각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그렇다. 음악을 듣는다는 행위를 청각의 영역을 넘어서는 감성, 또는 감각의 문제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SACD의 경우 CD가 가지고 있는 단점을 보완함으로써 LP 소리에 필적한다고 말한다. SACD가 20,000Hz 이상의 광대역을 장악함으로써 음의 표현에서 한층 풍부하고 섬세해진 것만은 분명하지만 LP에 비하면 아무래도 어딘가 좀 차갑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는 역시 디지털 기술이 가지고 있는 한계라고 할 수 있다. LP와 비교해서 들어보면 그 차이를 분별하기 어렵지 않을 정도인 것이다. 그러기에 CD의 출현과 함께 아날로그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LP가 선호되고 있다. 아니, LP의 부활이라고 할 만큼 그 숫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을뿐더러 일부 레코드 회사에서는 다시 LP판을 찍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LP의 부활 때문이 아니더라도 CD 쪽에서도 보다 더 아날로그에 가까운 음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비록 디지털 기술에 의한 아날로그 흉내기일 뿐이라고는 해도 기술적인 향상은 물론 음질상의 변화가 분명히 있었다. 잘 만들어진 DA 컨버터를 사용해서 들어보면 CD와 LP의 소리 차이를 분별하기 쉽지 않다. 그만큼 차이가 많이 좁혀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민한 청각의 LP 추종자들은 여전히 CD 소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상적인 DA컨버터란 LP에서 재생되는 음질에 필적하는 수준의 아날로그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다.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꾸어준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타당성이 있는지 모르지만 왠지 미덥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전자기술이 발달했다고 할지라도 처음부터 아날로그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소리와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설령 기술의 발달로 그 차이를 좁혀갈 수 있다고 할지라도 아날로그에 일치하는 음질을 만든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디지털 기술만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아날로그 기술도 갈수록 발전하고 있어 이제는 거꾸로 아날로그 쪽에서 디지털의 장점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최근에 개발되는 초고가의 턴테이블은 회전속도라든가 와우 플래터, 스크래치, 안티 스케이팅 등의 부분을 크게 개선함으로써 CD에 근접하는 기술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정도의 턴테이블은 LP 레코드를 듣고 있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정숙하고 깨끗하며 명료한 소리를 들려준다. 더구나 이전의 턴테이블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미세한 음악적인 정보를 남김없이 끄집어내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

그렇다면 CD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물론 CD음질을 개선하여 아날로그처럼 온기가 느껴지는 음을 듣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 왔다. 실제로 이 문제에 관해 상당한 발전이 이루어졌다. 아주 고가의 시스템을 들어보면 LP 소리와 구분할 수 없다고들 말한다. 그런데도 역시 디지털 기기로는 고수의 마니아들을 납득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석 디지털의 입장에서 반드시 낙담할 일만은 아니다. 이리저리 해결책을 강구하다 보면 보다 나은 소리의 진화는 분명히 가능하다고 보는 까닭이다.

최근 사운드포럼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DA 컨버터인 "DAC-1"은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의미 있는 기술적인 진전을 보여주고 있다. 그 기술적인 진전이란 우선 스위칭 파워를 채용했을 뿐만 아니라 진공관 회로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방식을 결합하는 데는 기술적으로 용이한 일이 아닌 것으로 이해된다. 어쨌거나 트랜스 파워 방식보다 응답특성이 100배나 빠르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스위칭 파워의 장점이 반영됨으로써 이 부분에서 어느 정도 개선되었으리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여기에다 진공관 회로를 이용함으로써 진공관 특유의 부드럽고 따스한 음질적인 특징을 보여주게 되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이렇듯이 다소 이질적인 기술의 결합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기존의 다른 방식의 DAC와는 확실히 다르다. 한마디로 ‘빠르고 투명하다’고들 평하는데 실제로 들어보니 맞다. 소리의 반응이 무척 빠르게 느껴진다. 더구나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투명한 가을 하늘과 같은 투명한 이미지의 소리이다. 이러한 결과를 놓고 볼 때 일단 새로운 관점의 기술적인 조합으로 인해 새로운 소리가 만들어졌다는 사실만은 의심할 수 없는 일이다. 이는 발상의 전환이 만들어낸 기술적인 진보임과 동시에 음질적인 개선이기도 하다.

사포에서 데모용 ‘DAC-1’을 빌려다 듣게 되었다. '코드 64mk2' DA컨버터를 사용해온 입장에서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무척 궁금한 일이었다. 코드처럼 크기가 작아 일단 마음에 들었으나 동시에 왠지 값싸 보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크기가 작다는 데 대한 선입견이리라. 그런데 달리 생각해 보니 큰 사이즈 기기들에 대해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입장에서는 되레 반가운 일이다. ‘코드 64mk’를 듣게 된 것도 일차적으로는 그 크기와 모양의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코드64mk’는 납작한 모양인데 비해 ‘DAC-1’은 아무런 장식 없는 성냥갑 형태이면서 제법 높다. 진공관을 사용하는 관계로 높아질 수밖에 없을 터인데, 그 크기나 모양으로 보아 실용성을 우선한 디자인임을 알 수 있다.

가로와 세로가 235mm인 정사각형에다 높이가 130mm이니 앞에서 본 크기는 사라지다 파워앰프의 절반 정도이다. 크기라는 측면에서 보면 ‘코드 64’ DA 컨버터는 크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최초의 경우가 아닌가싶다. 옛날 양은 도시락 크기 정도인데다 라운드 형 디자인은 오디오 기기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어쨌든지 ‘코드 64’는 회로기술의 개선으로 콤팩트한 크기를 실현했지만 음질은 결코 난장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음질은 크기에 비례한다는 오디오 법칙을 깬 경우이기 때문이다.

‘DAC-1’은 크기로 보아서는 크게 믿음이 가지 않는다. 또한 가격이 100만원 웃도는 정도이니, 시중에 판매되는 외산과 비교하면 삼분의 일에 그친다. 이 정도의 가격이라면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선입관이 작용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오디오의 법칙 가운데 음질은 가격에 비례한다는 것이 거의 정석으로 통하는 까닭이다. 물론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나, 대체로 이 법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운드포럼의 'DAC-1'이 왠지 값싸게 느껴지는 것은 일차적으로 그 크기와 연관성이 있다. 실제로 크기가 작다는 것은 부품이 적게 들어간다는 얘기이니 달리 생각하면 가격에 대해서는 일단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DA컨버터의 경우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꾸어 주는 역할에 그치므로 CD 플레이어와는 달리 그 크기가 작아져야 자연스러운 일이다. 대다수의 DA 컨버터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달랑 작은 크기의 회로기판 하나뿐이어서 적잖이 실망스럽다. 부품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소리를 들어보면 그 가격에 대해 대체로 납득할 수 있다. 비싼 기기는 그 만큼의 값을 한다는 사실에 수긍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DAC-1’의 음질은 어느 정도의 수준인가. ‘DAC-1’은 한마디로 크기와 가격에 대한 일반적인 고정관념을 통쾌하게 깨트리고 있다. 크기와 가격을 크게 상회하는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그 음질은 기존의 DAC들과는 확연히 다른 세계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음악적인 표현에서 탁월하다. 여기에서 말하는 음악적인 표현이란 아름다움이라는 말로 함축할 수 있다. 그렇다. 'DAC-1'을 통해 재생되는 CD 음악은 깨끗하고 맑으면서도 우아하다는 인상이다. CD 음질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차갑다는 느낌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대신 부드럽고 우아한 소리가 넓고 깊고 높은 공간에 막힘없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공간이 크게 확장된 느낌이다.

우아하고 부드럽다는 느낌을 달리 표현하면 비단결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음질을 들려주는 DAC를 일찍이 들어본 일이 없다. 그러고 보니 ‘DAC-1’의 음질 역시 사운드포럼 기기가 가지고 있는 음질상의 특색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생각이다. 사운드포럼의 기기들 가운데 ‘사라지다’라는 상표를 단 제품은 음질적인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음의 반응이 빠르고 깨끗하며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광대역을 커버하고 있다. 특히 입체적인 공간 표현은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반응이 빠르다는 것은 음의 끊고 맺음이 명석하다는 뜻인데 ‘DAC-1’은 이 부분에서 최고의 수준에 이르렀다. 직접적인 비교는 미안한 일이지만 단적으로 말해 오랫동안 사용해온 ‘코드 64 mk2’보다 낫다.

그런가 하면 음질의 부드러움과 따스함 그리고 섬세함에서도 LP에 비해 손색없다. 아름다운 음악적인 퍼포먼스라는 점에서는 ‘DAC-1’이 ,LP 소리보다 오히려 낫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즉, 고음역에서 아주 부드럽고 순연하게 소리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어느 순간에 툭 끊어지는 소리가 아니라 저절로 잦아드는, 여운이 살아있는 소리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 음악적인 표현이 풍성하고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이는 아마도 광대역을 커버하는데다 진공관 회로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른다. 더구나 입체적인 공간은 정위감과 무관하지 않은데, 악기의 위치가 저마다 뚜렷하게 구분될 정도이다. 특히 공간적인 이미지를 잘 살린 재즈를 들어보면 악기 위치가 쉽게 파악된다. 그 현장에 있는 기분인 것이다.

아무튼 이런 종류의 DAC 소리는 들어본 기억이 없다. 어느 면에서는 LP보다도 더 아름다운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음질 자체의 아름다움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무래도 진공관의 영향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진공관은 아날로그의 대명사라고 할 있다. 필자가 프리앰프에 굳이 진공관 앰프를 고집하는 이유도 음질의 부드러움과 아름다운 표현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필자와 같은 음악적인 취향을 가졌다면 선택에 망설일 이유는 없다. 가격과 상관없이 보다 자연스러우면서도 고급한 음악적인 표현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기에 그렇다. ‘DAC-1’을 듣다보면 LP에 대한 그리움도 잠시 잊게 된다. LP와 비교해 소스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차이는 있을망정 CD 음악이 결코 열등한 것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가격이 낮다는 것이 반드시 음질의 질적 하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강변하고 있다. (신항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