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이야기

펜보이 2012. 8. 17. 23:44

 

세라믹 유닛

 

오디오를 구입하기 위해 예산을 짤 때 앰프와 소스 그리고 스피커를 어떤 비율로 책정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전문가들의 의견조차 분분하기 때문이다. 누구는 음의 입구가 되는 소스 즉, CD플레이너나 LP플레이어가 부실하면 앰프나 스피커가 아무리 좋아도 소용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누구는 소리를 증폭하는 앰프의 성능이 부실하면 아무리 비싼 소스 기기나 스피커를 달아도 좋은 소리를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누구는 소스 기기와 앰프가 훌륭하더라도 음의 출구인 스피커가 뒷받침하지 못하면 기기의 성능을 충분히 끌어낼 수 없다고 말한다.

모두 다 옮은 말이다. 이 세 가지를 종합해 보면 결과적으로 소스 기기와 앰프 그리고 스피커 모두가 중요하고, 서로 어울리도록 잘 조합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오디오는 어쩌면 조합의 묘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각 부분의 기기가 조화를 이루어야만 기대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어느 한 부분이라도 미흡하거나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각 기기의 성능을 충분히 끌어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오디오 구입 예산을 세울 때 본인 나름대로 하나의 기준이 필요하다. 어느 부분을 중심으로 오디오를 조합할 것인가 하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필자의 입장에서는 최종적으로 청각과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부분, 즉 스피커를 우선순위에 둔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어떤 소리를 좋아하느냐는 문제, 주관적인 소리의 취향을 결정짓는 것은 스피커이기 때문이다. 스피커는 음질의 특징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소스기기나 앰프의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스피커의 재질이나 디자인에 따른 고유의 음질적인 특성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스피커의 음질적인 성향에 따른 선택이 가능하다. 소스 기기나 앰프가 바뀌어도 스피커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음질 특성은 유지되므로 다른 기기와 조합할 때 자신이 좋아하는 소리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따라서 스피커를 결정하고 나면 그 이외의 부분, 즉 소스 기기 및 앰프를 선택하는 것은 한결 쉽다. 오디오 기기를 조합할 때 소스 기기, 즉 소리의 입구가 부실하면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또한 앰프 성능이 떨어져도 마찬가지다. 선명하고 깨끗한 소리, 즉 왜곡 없는 음악을 들려주지 못하는 것은 모두 소스 기기나 앰프가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데 기인한다. 해상력을 비롯하여 임장감, 다이내믹, 스피드, 대역폭, 구동력 등 음질을 평가하는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어느 하나의 부분이 부실하거나 또는 조합이 좋지 않으면 기대하는 음질을 만들어낼 수 없는 까닭이다.

따라서 스피커는 자신이 좋아하는 재질을 사용한 유닛을 선택하는 것이 이상적인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모니터적인 성격을 지닌 스피커라면 더욱 좋다. 다시 말해 다른 기기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긴요하기 때문이다. 모니터적인 스피커라면 왜곡이 적은 유닛을 사용한 것이어야 한다. 모니터 스피커는 소스 및 앰프 그리고 연결 선 등의 음질을 평가하는 데 하나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스피커 유닛 가운데 모니터로 가장 적합한 것은 무엇일까. 스피커 유닛도 그 재질에 따라 다종다양하다. 진동판의 경우 콘지를 사용한 유닛부터 플라스틱, 섬유, 알루미늄, 세라믹, 베릴륨, 다이아몬드 등 다양한 재료가 쓰인다. 또한 혼형과 정전형, 리본형 등의 유닛도 있다. 어떤 재료를 이용하든 간에 가장 이상적인 유닛은 진동판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재료적인 특성에 따른 왜곡이 적어야 한다. 다시 말해 진동판은 재질의 특성에 따른 소리를 그대로 들려주게 되므로 가능한 한 왜곡이 적고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이상적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요건에 가장 가까운 유닛으로는 다이아몬드라고 한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크게 만드는데 여러 가지 기술적인 제약이 따르므로 현재까지는 초고역으로부터 중고역을 담당하는 정도에 그친다. 즉, 저역에까지는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적인 문제와 더불어 엄청난 가격으로 인해 만들어봤자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힘든 것도 하나의 문제이다. 어쨌든지 가장 다이아몬드를 이용하여 저음까지 가능한 유닛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리라.

그렇다면 다이아몬드 다음으로 왜곡이 적은 유닛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현재까지 시중에 나와 있는 것으로는 세라믹을 이용해 만든 유닛이다. 독일 아큐톤사에서 개발한 세라믹 유닛은 왜곡이 가장 적은 유닛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세라믹 자체가 경성의 광물질이어서 재료 자체에서 비롯되는 공진이 낮을 수밖에 없다. 콘지라든가 실크, 플라스틱 등의 재료는 연성이어서 진동에 따른 고유의 공진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물론 세라믹을 소재로 한 유닛도 재질에 따른 공진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연질의 재료보다는 공진이 훨씬 적다.

따라서 세라믹 유닛은 공진에 관한 한 여타 재료를 사용하는 유닛보다는 일단 재료상의 이점이 있다. 어쩌면 최근 유명 스피커메이커들이 고가의 제품을 생산하면서 세라믹 유닛을 사용하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음질상의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세라믹 유닛은 다른 재료를 사용한 유닛보다 비싼 편이다. 그러기에 세라믹 유닛을 사용하는 스피커가 비싼 것도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런데 일부 오디오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세라믹 유닛을 사용한 스피커에 대한 이상한 선입견이 있다. 단적으로 말해 소리가 너무 차갑고 메마르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세라믹 유닛을 사용한 스피커가 들려주는 음악에는 온기가 없다고 한다. 경질의 차가운 광물성 재료를 사용하기에 세라믹 진동판이 들려주는 재생음악 또한 차가우리라는 생각인지 모른다. 하지만 세라믹 유닛을 사용한 스피커를 실제로 들어보면 결코 차갑다는 느낌이 없다. 오히려 섬세하고 부드러우며 맑을 뿐만 아니라 온화하다는 인상이다.

음악적인 온기라는 것은 일테면 콘지나 실크와 같은 연성 재료를 사용한 스피커 유닛이 들려주는 음질적인 특성이라고 할지 모른다. 물론 이들 유기질의 연성 재료를 사용한 유닛은 확실히 부드럽고 온화하게 들린다. 그러나 부드럽고 온화하다는 청감상의 느낌만으로 그 유닛이 반드시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얼마나 음원에 가깝게 재생하느냐고 하는 기술적인 요구 및 실연을 기대하는 청감상의 느낌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연성재료를 사용한 유닛은 부드럽고 온화하게 들릴지라도 원음의 재생이라는 측면에서는 경질의 재료를 사용한 유닛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이는 재료에 따른 자체 공진 및 음질 특성에 따른 당연할 결과이다.

현대의 오디오 기기는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준다는 목표 이외에도 어떻게 하면 원음에 가장 가까운 재생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첨단, 초고가의 오디오 기기들은 하나같이 이와 같은 목표를 겨냥해 왔다. 이른 바 하이엔드 오디오는 모두 원음에 필적하는 재생음악을 이상으로 삼는다. 따라서 현대의 하이엔드는 왜곡을 최소화하는데 모든 기술적인 노력이 집중된다. 하이엔드가 고가일 수밖에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왜곡을 최소화하기 위한 집중적인 연구 및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라믹 유닛을 사용한 스피커들이 고가에 팔리고 있는 것은 단순히 부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가정책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세라믹 유닛의 스피커들은 확실히 그 가격에 부응하는 음질을 들려준다. 무엇보다도 음원의 왜곡이 적으므로 음질이 깨끗하고 선명하며 섬세하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차갑다거나 메마르지 않다. 오히려 너무 부드럽고 섬세한 나머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이다. 그 만큼 세부 묘사에 뛰어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아큐톤사의 세라믹 유닛을 사용한 대다수의 스피커들은 지극히 사실적인 음을 들려준다. 경성재료라는 선입견으로 인해 차가울 것이라고 상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그런 상상이 결국 상상으로 그치고 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경질의 재료라는 선입견을 배제한 채 세라믹 유닛이 들려주는 재생음을 듣다보면 실연에서도 듣지 못한 섬세한 음까지 재생한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오디오를 통해 듣는 음악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적인 취향이 크게 좌우한다. 아무리 고가의 하이엔드일지라도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음악감상은 감성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하이엔드가 추구하는 지극히 사실적인 음, 즉 실연에 육박하는 음을 추구하는 것은 헛된 일이 아니다. 오디오는 때로는 실연에서 느끼는 감동을 능가하는 감동을 만들어주기도 하는 까닭이다. 이것은 단순히 음악적인 취향의 문제를 넘어 실연에서 느끼는 감동과는 또 다른 차원의 감동이라고 할 수 있다.

세라믹 유닛이 만들어내는 재생음악은 우리가 실연에서 듣지 못하고 느끼지 못할 수도 있는 청감상의 체험을 제공한다. 그 체험은 말할 것도 없이 아주 미세한 약음까지 포착할 수 있도록 하는 놀랍도록 섬세한 재생음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고가의 하이엔드 기기라고 할지라도 세라믹 유닛이 가지고 있는 섬세한 묘사력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세라믹 유닛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성능을 지닌 다른 기기들과의 조합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세라믹 유닛의 스피커의 능력을 완전히 끄집어낼 수 없다. 바꾸어 말해 세라믹 유닛이 재생할 수 있는 극한의 미세한 음까지도 들춰내는 뛰어난 성능을 지닌 오디오 기기와 조합했을 때서야 비로소 그 진가를 알 수 있을 뿐이다. (신항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