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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을 약속하는 예술 인간이 종교를 가지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내세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만일 인간의 삶이 현실로 종지부를 찍게 된다면 내세를 확약하는 종교는 존재성을 상실하고 말 것이다. 종교는 내세를 담보로 하는 인간정신의 늪인 까닭이다. 종교는 일종의 정신적인 행위이다. 그런데..
무지개 虹 결혼을 앞둔 처녀는 아침나절부터 개울가 빨래터에서 이부자리 속감을 빨아 널고 있었다. 혼수로 가져 갈 이부자리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양잿물에 삶아내어 눈부시게 하얘진 옥양목 이부자리 속감은 자갈밭에 누워 따스한 햇볕을 즐기고 있었다. 빨래가 얼마나 하얗든지 반사되는 햇빛 때..
별똥별 流星 한 아기가 울고 있었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기였다. 잠에서 깨어난 아이는 집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고 울었다. 엄마아빠는 아기가 잠든 사이에 밭일을 나가고 없었다. 아기는 아무리 울어도 엄마아빠가 돌아오지 않자 제풀에 지쳐 울음을 그치고는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물소리를 꿈꾸다 이정록 번데기로 살 수 있다면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한겨울에도, 뿌리 끝에서 우듬지 끝까지 줄기차게 오르내리는 물소리 고치의 올 올을 아쟁처럼 켜고 나는 그 숨소리를 숨차게 쟁이며 분꽃 씨처럼 늙어갈 것이다 고치 속이, 눈부신 하늘인 양 맘껏 날아다니다 멍이 드는 ..
겨울 강가에서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눈 雪 심심산골 외딴 곳,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 혼자 살고 있었다. 할머니는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자식도 없이 산골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할머니에게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과 함께 했던 젊은 시절을 생각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할머니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혼자서는 먹고 남을만한 ..
비 雨 바람이 몹시 부는 날이었다. 열대여섯 살쯤 돼 보이는 소년 거지 혼자서 숲길을 가고 있었다. 손에는 방금 전에 길옆에서 꺾은 빨간색의 이름 모를 들꽃 한 송이가 들려 있었다. 소년 거지에게는 왠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소년 거지는 들꽃을 가슴에 안은 채 아주 빠른 걸음으로 숲길을 가고 ..
안개 霧 첫새벽이었다. 숲 속 옹달샘 곁에서 아주 말간 웃음소리가 들렸다. 산너머에 사는 햇님이 아직 일어나기도 전이었다. 아침밥을 지으려고 샘물을 길러 나온 숲 속 요정들이 저마다 지난 밤 소식을 풀어놓는 중이었다. 한 요정이 갓 결혼한 이웃집 친구의 흉을 잡고 있었다. 듣자하니, 데릴사위..
물 水 아주 먼 옛날, 풀 한 포기도 나지 않는 메마른 땅이었을 때였다. 풀은커녕 벌레 한 마리도 살지 않는 죽은 땅뿐인 세상이었을 때였다. 그 메마른 땅 한 가운데 아주 거대한 바위덩이 하나가 땅에 깊이 묻혀 있었다. 바위덩이는 밤마다 꿈을 꾸었다.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다니는 꿈이었다. 하지만 ..
불 火 아주 깊은 산 속 벼랑 높은 곳에 아기 주먹만한 하얀 차돌이 박혀있었다. 그 하얀 차돌은 밤낮으로 자신의 몸을 반짝반짝 빛나게 닦는 것이 일이었다. 햇살이 쏟아지는 한낮에는 더욱 반짝이도록 몸을 닦으면서 따스한 기운을 몸 속 가득히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해님처럼 밝고 따뜻한 ..
구름 云 옛날에 한 어진 임금이 있었다. 임금은 백성들이 평화로운 가운데 배고프지 않고 추위에 떨지 않도록 나라를 다스렸다. 임금은 언제나 검소하게 살았다. 사치스런 생활을 하지 않았다. 흉년이 들면 반찬 가지 수를 줄였고 병든 백성을 보면 자신의 일처럼 마음 아파했다. 뿐만 아니라 백성을 ..
바람 風 한낮의 사막에는 살아있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뱀이며 전갈이며 도마뱀 따위의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사막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동물에게는 그대로 죽음의 땅일 뿐이다. 어느 날 한낮이었다. 햇빛이 쨍쨍 비치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