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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 2008. 10. 16. 00:54

감금 상태의 나를 풀어줄 열쇠

[기획] 불운의 스타 글리벡 (4) 조정

 
강아라·홍지
<편집자 주> 약이 없어서 죽는 게 아니라 돈이 없어서 죽는다는 환자들의 절규. 그러나 의약품을 둘러싸고 어떤 문제들이 있어 약이 필요한 사람들이 먹을 수 없게 됐는지를 알기란 쉽지 않다. <인권오름>은 한국에서 의약품 접근권 운동의 출발점이 된 의약품 '글리벡'이 주인공이 되어 들려주는 이야기를 연재하면서 의약품의 연구, 개발, 생산, 공급의 전 과정을 짚어보고 있다. 원래 4회 예정으로 연재를 시작했으나 내용이 많아 다음 주 5회를 연재하면서 기획을 마무리한다.


절실한 필요는 때론 냉혹하고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해. 최초의 표적항암제로서, 기적의 치료제라 불리는 나에 대한 환자들의 절실함은 노바티스의 무기가 되어 오히려 환자들의 목을 겨누게 되었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 균형이 조정되는 시장 따위는 이 바닥에 존재하지 않아. 수요와 공갈협박이 만나 균형이 조작되는 시장이 존재할 뿐이지.

2001년 6월 노바티스는 25,005원을 내야만 환자들이 나를 만날 수 있다고 선포했지만, 한국 정부는 11월에 내 가격을 17,862원으로 고시했다. 노바티스가 이 가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 짓이 뭔 줄 알아? 바로 ‘공급 중단’이었다. 약이 약장 속에 모셔 놓으라고 만들어진 것은 아닐 텐데, 나는 데뷔하자마자 소속사에 의해 감금된 거지! 환자들은 내가 세상에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나를 구경하지 못한 채, 말 그대로 피가 마르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지. 세상에 이런 패륜이 어디 있어! 그 때는 정말 나와 내 팬들보다 더 기막힌 팔자를 가진 이들이 또 누가 있을까 싶었어. 그런데 세상에…… 있더라고!

‘공급 중단’이라는 무기

사진설명한국에 오지 못하고 감금당한 HIV/AIDS 치료제 ‘푸제온’ [출처 : 월간 네트워커]
푸제온(Fuzeon)이란 내 친구는 벌써 4년 째 소속사인 로슈(Roche)한테 감금당했다. 푸제온은 HIV/AIDS 치료제인데, 기존 에이즈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이 사용하는 약이야. 2004년 5월 식약청에서 시판 허가가 난 이후, 로슈가 요구한 푸제온의 가격은 무려 43,235원. HIV/AIDS 감염인들은 ‘칵테일 요법’이라고 보통 세 가지 이상의 약물을 병용하며 치료를 받아. 그러니까 푸제온 말고도 돈 쓸 일 많은데, 푸제온과 병용요법을 사용하게 되면 연간 약제비가 기존의 비용(약 1,000만원)보다 3배 가까이 치솟게 되는 거다. 게다가 한국보다 국민소득(GNI)이 두 배가 넘는 미국에서 팔리는 푸제온 가격이 19,806원(Big4 보험 공급가)이야. 그래서 한국 정부는 2004년 11월 푸제온을 1병당 24,996원으로 보험등재를 했지. 그랬더니 로슈가 노바티스를 따라 한 짓거리가 또 ‘공급중단’이었다.

당신은 그런 병 평생 걸리지 않을 거니 상관없다고? 사람은 병을 차별하지만, 병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아. 요즘 매일 뉴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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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 2008. 10. 16. 00:51

종신고리대 계약’에 갇힌 나

[기획] 불운의 스타 글리벡 (3) 계약

 
강아라·홍지
< 편집자 주> 약이 없어서 죽는 게 아니라 돈이 없어서 죽는다는 환자들의 절규. 그러나 의약품을 둘러싸고 어떤 문제들이 있어 약이 필요한 사람들이 먹을 수 없게 됐는지를 알기란 쉽지 않다. <인권오름>은 의약품의 연구, 개발, 생산, 공급의 전 과정을 보여주는 기사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한국에서 의약품접근권 운동의 출발점이 된 의약품 '글리벡'. '불운의 스타 글리벡'이 들려주는 우여곡절 회고록을 통해 의약품에 대한 우리의 권리가 어디에서 가로막히고 있는지 살펴본다.

2001년 5월 1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허가를 받으며 나는 드디어 데뷔했다! 세상 사람들에게 정식으로 나의 존재를 알릴 수 있게 된 거다. 그런데 그 때 소속사인 노바티스가 내 눈 앞에 무슨 서류 한 장을 던져주더군. 그것 보는 순간 멍해지더라.

2만 5천 원 아래로는 못 내놔

FDA 승인을 받기가 무섭게 노바티스는 월 2,400달러 이하로는 절대 나를 선보이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를 했지. 그리고 전 세계 순회공연의 첫 번째 방문국인 한국에서 내 소속사는 나를 한 알 당 2만5천 원에 팔겠다며 ‘보험약제 등재 신청’을 했다. 보통 환자들이 하루에 네 알에서 여덟 알을 투약해야 하니, 하루에 10만 원에서 20만 원, 한 달 평균 약값이 300~600만 원이라는 골 때리는 계산이 나오더군. 내가 무슨 금가루야? 명품 핸드백이야? 성인의 하루 물 섭취량이 못해도 2리터는 되어야 한다는데 그 값이 10만 원에서 20만 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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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 2008. 10. 16. 00:50

‘몸 사냥꾼’한테 걸리지 않게 조심하시라

[기획] 불운의 스타 글리벡 (2) 리허설

 
강아라·홍지
<편집자 주> 약이 없어서 죽는 게 아니라 돈이 없어서 죽는다는 환자들의 절규. 그러나 의약품을 둘러싸고 어떤 문제들이 있어 약이 필요한 사람들이 먹을 수 없게 됐는지를 알기란 쉽지 않다. <인권오름>은 의약품의 연구, 개발, 생산, 공급의 전 과정을 보여주는 기사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한국에서 의약품접근권 운동의 출발점이 된 의약품 '글리벡'. '불운의 스타 글리벡'이 들려주는 우여곡절 회고록을 통해 의약품에 대한 우리의 권리가 어디에서 가로막히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 바닥에서는 유명한 대스타건, 무명이건 간에 반드시 거쳐야 할 리허설 무대가 있다. ‘임상 시험’이라고 하는데, 이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산삼에 백사(白蛇)까지 넣어 끓여댄 만병통치의 명약이라도 데뷔를 할 수 없다. 우리가 데뷔하여 서게 될 진짜 무대는 ‘사람의 몸’이기 때문에 이 리허설이 보통 까다로운 것이 아니지. 이 단계를 통과하지 못하면, 제 아무리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린 대단한 약이라도, 사람들 앞에 나올 수가 없거든. 억울하지 않겠냐고? 나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그래서 ‘제2의 탈리도마이드’라는 치욕적인 오명을 덮어쓰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나아.

탈리도마이드의 전설과 헬싱키 선언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는 독일의 그뤼네탈(Gruenenthal)이라는 제약회사가 판매했던 약인데 임산부의 입덧 진정제로 많이 사용되었어. 나보다 더 먼저 태어난 선배들 이야기에 의하면 자기가 ‘부작용 없는 기적의 약’이라며 엄청 우쭐댔다고 하더군. 그래서 선배들이 탈리도마이드만 보면 “쟤 때문에 언젠가 이 바닥에서 사단이 날 거다.”라고 걱정했대.

사진설명'부작용 없는 기적의 약'으로 선전되던 탈리도마이드는 결국 태아의 기형을 일으키는 약이었음이 밝혀졌다.

아니나 다를까. 1957년 판매되기 시작한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임산부들이 기형아를 낳게 된 사실이 3년쯤 지나 밝혀진 거다.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