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햇살담긴 오후나절의 커피한잔

세상 살아내는 소담한 편지같은....하찮더라도 소중한 회상과 그리움입니다...

김남조시인, 이생진시인님과 조우하다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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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며 생각하며

2020. 11. 26.

< " 아, 그랬었구나.... 맞아, 그랬지^^ " (빛바랜 오랜 추억) >

 

  이야기 하나, (2007.7월)  

  

2007년 7월 서울 남산에 위치한 "문학의 집" 에서  

이근삼작가님을 추모하는뜻에서  문인들이 출연하여  공연한 <위대한 실종>을 관람했다.

참석하게된  이유는 함께 카페활동을 하면서 친분이 도타웠던 박진서님(수필가), 전길자님(시인),

권헤경시인과의 친분으로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다.

 

<위대한 실종>은 이근삼선생이  지은 희곡으로서  지식인의 명예욕과 물욕이 인간 그 자체마저 

부정하게 만든다는 내용으로, 현대인의 비인간화를 신랄하게 풍자한 작품이다. 

 

그때 13년전의 그 이야기,....  "그랬었지...그랬었구나..." 하여  희미해져가는 기억을 

다시  떠올려보며 향긋한 마음을 갖는다.

 

문인극 (공 연)

공연을 마치고 출연하신 문인들께서 인사를....

객석엔 원로 시인, 작가님과 초대받으신분들

관객중엔 국립극단 단장이셨던 백성희씨와 연극인 최창수씨

(아래)

전길자시인(좌측) 박진서수필가(우측), 성찬경시인(앉아계신분)

특히 박진서님과 전길자님은 저에게 좋은말씀으로 다독여주신 고마운분이신데

인사도 제때 못드렸음이 못내 밍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소개에 인사로 답하시는 신봉승작가

1983년부터 MBC에서 방영한  조선왕조 500년은 실록을 제평가한  서사시적인 대하드라마로서 

당시 인기가  최고였지만 당시 정세에 반하다 하여 한때 중단 압력까지 받기도 하였다.

 

 

백성희님은 한국 연극의 역사이자 최고의 배우로 후배 연극인의 롤모델이자 큰 별이었다

1972년 국립극장 최초로 여성 단장에 부임했고, 1993년에는 국립극단 단장을 지냈다.

백성희님(좌측)  전길자시인(2008년 제14회 숙명문학상 수상 우측)

 

 

김남조 시인님께선 시종일관  맨 앞에 앉으셔서 소담하신 모습으로 관람 하시고

연극이 끝난뒤 후배 시인들에 싸여 기념사진을 함께 하셨습니다

 

 

황금찬 시인 (오른쪽), 권혜창시인(왼쪽)

 

김남조 선생님 옆에 감히...사진을 ^^

 

제가 평소에  "모습도, 詩도 참 고우시다 " 하여

존경하여온 김남조 시인님을  뵌것 또한 행운입니다. 

서정적이고 보이는 모습과 이치를 담담하게 곱게 시로 표현하시기에......

 

  편지 / 김남조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내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번도 부치지 않는다.

 

 

 

생애生涯 / 전길자

길게 이어진 

몇 겹의 고통이  덕장에 걸려 있다
내장 다 빼버리고  얼었다 녹아내리기를

반복하지 않고서는 제 값을 받을 수 없다
살얼음 품어야만 제 맛을 내는
빳빳하게 긴장한 삶이어야 깊은 맛 우려내는 생애
한 번쯤 덕장을 빠져나가 겨울바람 피하고 싶었을까
한 번쯤 사랑에 녹아 허물어지고 싶었을까
하얗게 쏟아지는 눈발 끌어안고
곧추서서 기다리는 먼 날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렇듯.

 

 

 

탄  생 / 권혜창

                                            

명자꽃 꽃망울 속에는

겹겹히 접힌 응달의 기억이 있을지 몰라

가두어 놓은 울음도 있을지 몰라

 

단단한 인내가 봄을 부르고

이윽고 꽃 피어날때

접히고 갇혔던 것들이 향기와 빛깔이 되리니

 

나무는 괴롭다 말하지 않네

피어서 눈부신 사랑이 될 뿐!

 

 

 

참석자중 원로되시는분들이 많으셨습니다.

어쩜 .... 일제치하에서, 해방의 격동기와  6.25 동란을 고락을 같이 하면서

질곡의 세월을 서로 위안하듯  글을 쓰신 그 마음들이기에 더욱 애틋하신가 봅니다.

 

 

저는 여기 문인회에 감히 관련이 없는바이며 

공연관람차 참석했다가 사진사로 사진을 찍기 바빴던 기억입니다.

(위 사진중 일부는 박진서수필가님께서 찍은사진을 인용함)

 

새삼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면서 

사진속에 뵈었던 분들중에  연극배우 백성희님, 신봉승작가, 성찬경시인, 황금찬시인등 여러 원로분들께서 

이미 작고 하셨다는것을 알고서 세월감을 새삼 느껴봅니다.

 

가고 있다, 지금도 가고있다....되돌아 가고 있는....

어느 누구도 빠짐없이 줄서서 가는길에 대해서 잠시 상념에 잠겨봄입니다.

제가 뽑아든 번호표(순번표)..... 그냥 가지고 있다보면 언젠가 부를테지요.

헛허허허, 그렇다는겝니다.

 

 

 

  이야기 둘, (2007. 10월)  

 

시인 이생진(1929~)님은 서산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외딴 섬을 좋아했습니다.

우리나라 섬의 정경과 섬사람들의 뿌리깊은 애환을 시에 담아 많은 독자에게 감명을 주었고

시집으로 2009년에 낸 시집<서귀포 칠십리길>을 비롯

<그리운 바다 성산포> <독도로 가는 길> <인사동> 등 30여권이 있습니다. 

 

                                                                                                  그림은 변시지 화백작품

 

 그리운 바다 성산포 4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무덤이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이생진선생님께서는 들꽃풍경 카페의 쥔장이신  기의호원장님의 은사이십니다.

조촐하지만 모셔서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좋은 말씀도 듣고 이런 저런 세상 살아내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하였습니다. 저예게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이생진시인님(중앙)  들꽃풍경 기의호원장님(우측)

이생진 선생님께서 다과를 나누시며 여러 좋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말씀 요약)

 

내가 섬이다

바다가 날 보더라

 

詩는 쉬워야한다.

어머니도 읽고 공감이 가는 가슴이 되도록

 

언어가 힘겨우면 부담이 커진다.

뒤집을줄 알아야한다, 상상을 바꾸어내면 詩가 된다.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

바닷가에 서있는 나에게 바다가, 파도가 다가선다

 

섬에는 살아있는섬이 있는가 하면 죽은섬도 있더라

 

녹원선생님은 꽃을 택하여 시를 쓰시지만

나는 섬을 택하여 시를 쓴다. 섬을 택한건 잘했다

섬이 고맙다

 

어머니께서

"니 시는 왜 이리 슬프냐..."고 하시더라

섬이 내마음이고 섬은 웬지 고달파서....

 

 

이생진시인(오른쪽)  김두안시인(중앙)

김두안시인은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함

 

감히 지척에서 이리 뵈오니

참 순박하시고  건너마을 할아버지처럼 인자하셨습니다.

조곤조곤 얘기 나누시며 술도 따라주시고....

저에겐 오래 간직될 고운 시간이었습니다.

 

 

" 그때, 그랬었지.... 그랬었구나 " 하여

다시금 되돌아본 기억(사진)들을 떠올려 봅니다.

그때만해도 저는 오십대 초반이었는데 벌써 13년이 지났네요.

 

김남조시인님, 이생진시인님..... 두분은 모두 구순(九旬)이 지나셨지만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진심으로 빌어마지 않는바입니다.

 

 

2020. 11. 28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