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야사

버돌이 2011. 10. 24. 08:03

[도시의 남자] 하이에나 (1)
오전 9시 정각, 서미영은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극동전자 해외영업부로
들어섰다. 신입사원 연수 때 잠깐 들러본 영업부였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3개월 연수를 마치고 이제 해외영업부의 특수팀으로 발령났으니,
이곳이 첫 근무부서인 것이다.
영업부는 넓었다. 300평 쯤 되는 탁 트인 사무실 안에 영업 1부부터
6부까지 질서정연하게 배치돼 있었다. 직원만 300명 가까이 된다.
특수팀은 영업 6부 소속이었으므로 맨 왼쪽일 것이다.
한참이나 걸어가는 동안 서미영은 자신에게 쏠리는 직원들의 시선을
의식하고는 입안이 바짝 말랐다. 그러면서 연수성적이 괜히 상위권에
들었다고 스스로 원망했다. 어머니 말씀대로 비서실이나 기획실에 갈 것을
잘못했다고 잠깐 후회했다.
특수팀은 영업 6부의 왼쪽이었다. 푯말이 매달린 책상들은 모두 비었고,
여직원 한 명만 앉아 있었다. 그녀가 머리를 든 순간, 서미영은 겨우 얼굴을
펴고 웃었다.
"언니."
"응, 왔구나."
따라 웃으며 일어선 여직원은 서미영의 대학 2년 선배인 정현희였다.
"팀원은 모두 회의실에 있어. 나하고 같이 가서 인사하자."
정현희가 서미영의 브라우스 옷깃을 당겨 바르게 펴 주었다.
"어때, 준비는 됐지? 긴장하고 있느냔 말이다."
정현희의 말에 서미영의 얼굴이 다시 긴장으로 굳어졌다. 그녀가 특수팀을
지원한 데는 대학 선배인 정현희의 영향이 컸다. 연수교육 기간 중에
정현희를 만나 특수팀의 화려한 세일즈 활동을 듣고 매료됐던 것이다.
서미영은 정현희를 따라 앞쪽 문으로 나와 복도를 걸어갔다.
"팀장이 묻는 말에 우물거리지 말고 대답해라. 알았니?"
걸음을 늦춘 정현희가 말하자 서미영은 더욱 긴장했다. 그러나 면접시험
때 사장 앞에서도 쫄지 않았던 서미영이다.
"염려마, 언니. 그런데 우습네."
서미영이 웃음 띈 얼굴로 정현희를 보았다.
"언니가 더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애."
"장난이 아냐, 이것아."
눈을 흘긴 정현희가 멈춰 섰다. 그들은 복도에서 마주보고 섰다.
"넌 이제부터 전쟁터에 들어선 거야."
"연수 때 수도 없이 들었어."
"팀장은 곧 소대장이고 네 생사여탈권이 있어. 알았어?"
정현희가 손으로 권총 모양을 만들더니 서미영의 가슴을 겨눴다.
"너도 들었지? 우리 팀장에 대한 소문."
"별명이 독사라던데. 하이에나라고도 하고."
"정신 똑바로 차려."
다시 발을 뗀 그들은 회의실 푯말이 붙은 복도 끝방으로 다가갔다. 긴장한
서미영이 혀로 입술을 축이더니 정현희에게 바짝 다가 붙었다.
"언니. 팀장은 어느 대학 출신이야?
"일동대학."
정현희가 짧게 대답하자 서미영은 퍼뜩 눈을 치켜 떴다. 일동대학은
삼류도 못되는 하류대학인 것이다. 자신과 정현희는 수능성적 370점은
돼야 들어갈 수 있는 일류대학인 제일대학교 출신이다. 서미영이 다시
입을 떼기 전에 정현희가 회의실 문을 열었다.
따라 들어선 서미영은 직사각형 테이블에 정연하게 늘어앉은 다섯 명의
사내를 보았다. 긴 쪽에 둘 씩 앉았고, 정면에 한 사내가 앉아 있었다. 네
명은 일제히 이쪽으로 시선을 주었지만, 그만은 서류를 보며 머리를 들지
않았다.
정현희가 가볍게 헛기침을 하자 사내가 머리를 들었다. 그리고 싸늘한
눈빛으로 서미영을 쏘아보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