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심장, ‘神의 나라’ 태백 | |
<태백땅에 피어난 붉은 눈꽃> | |
| |
| |
| |
| |
| |
엉덩이 썰매는 ‘참아주세요’ 하산 길은 콧노래가 절로 나올 정도로 여유롭다. 산길이 적당한 경사로 부드러워지면 여지없이 ‘등산로 전 구간 썰매 금지’ 라는 플래카드가 보인다. 예전 등산객들은 태백산에 오를 때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산 입구에 놓여있는 비료포대를 하나씩 챙겼다. 하산할 때 눈길을 타고 내려오기 위해서다. 태백산 등산로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된 슬로프를 타고 엉덩이로 내려오다 보면 일반 눈썰매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 비료포대로 눈꽃터널을 빠져나오면서, 어른은 어릴 적 추억을 되새기고 아이들은 새로운 추억을 쌓아갔던 것이다. 이 엉덩이 썰매타기는 태백산을 전국 제일의 눈꽃 산행지로 등극하게 한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젠 태백산에서 엉덩이 썰매를 탈 수 없다. 겨울마다 많은 등산객들이 산길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낙상으로 골절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산이라는 오명을 얻었기 때문이다. 등산로는 가파른 바위가 섞이지 않아 안전한 편이지만 썰매를 타면 눈길이 빙판길로 변하므로 아주 위험하다는 사실... 그러고 보니 붉은 눈꽃이 가득한 이 좋은 광경은 겨울에만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다행이도 태백산 정상 천제단에는 4, 5월에 비가 내려도 눈꽃이 핀다고 한다. 때문에 눈꽃과 함께하는 태백산의 아름다운 광경을 봄에도 만나볼 수 있다. 활짝 핀 철쭉 사이로 드문드문 피어난 눈꽃을 찾아보는 게 봄 산행의 묘미이기도 하다. 문화관광예술사 전혜자 가이드는 “우리나라 산만큼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은 없는데, 그 중에서도 태백산 눈꽃은 단연 최고”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태백산은 겉보기에는 웅장하고 거대하게 보이지만, 산세가 비교적 완만하기 때문에 초보자라도 산행하기에 좋다”며 “산과 친해지고 싶다면 태백산을 먼저 찾아보길 권한다”고 덧붙였다. | |
#2. 하늘 끝까지, 만항재 일출 구름 속에서 드라이브하며 일출 보기 태백산 꼭대기에서 눈꽃과 어우러진 일출을 봤다면, 만항재 일출 역시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포장도로인 만항재에선 일출을 보는 재미가 색다르다. 일출과 일몰 명소로 꼽히는 만항재는 남한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함백산(해발 1,573m) 줄기가 태백산(해발 1,567m)으로 내려가다 잠시 숨을 죽인 곳이다. 이곳은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영월군 상동읍 ▲태백시, 이 세 지역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만항재에선 해발 1330m를 오르내리며 ‘구름 속의 드라이브’를 할 수 있다. 만항재는 우리나라에서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라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다. 이 길은 함백산 정상에 위치한 통신사와 방송사 중계탑 근무자들의 출퇴근을 위해 잘 닦아 놓았다고... | |
![]() <붉고 선명한 모습을 드러내는 만항재의 태양> | |
만항재는 해발 1300m를 넘지만 높이에 비해 걷기 쉬운 여행지다. 정선군의 평균고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만항재를 오르는 길의 경사가 심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일출 보기, 찹 쉽죠~ 이른 아침, 만항재 방면 도로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다보면 웅장한 산세와 우거진 나무들을 감상할 수 있다. 편안히 드라이브를 즐기다가 원하는 곳에 차를 세우고 바라보면 어느 곳에서든 해가 거침없이 솟아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만항재 일출은 1월 말~2월 초 기준으로 보통 7시 20분 전후에 가면 볼 수 있다. 다만 겨울에는 도로 곳곳에 빙판길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만항재 정상에는 함백산 정상까지 오르는 길과 혜선사를 지나 상동읍 소재지로 가는 길, 이렇게 2개의 비포장도로가 기다리고 있다. 전자는 승용차 통행이 가능하지만 후자는 4륜 구동차 만이 안심하고 운전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목적지를 정하는 것이 좋다. | |
#3.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 |
약 20m 둘레의 검룡소에선 사계절 내내 9℃의 지하수가 하루 2,000~3,000t씩 석회암반을 뚫고 솟아 폭포를 이루며 쏟아진다. 뿐만 아니라 검룡소 가는 길에는 전나무 숲이 우거져 산책하기도 좋고 소(沼)주변에는 야생화들이 많이 피어있어 풍성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신동일 문화관광예술사는 “검룡소에 희귀한 야생화가 많은 만큼, 보기 드문 야생화를 발견한 관광객이 혼자만 보려는 욕심에 촬영 뒤 바로 짓밟아 버리는 경우가 있다”며 “귀한 야생화들을 멸종 위기로 몰아넣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검룡소는 서울을 지나 김포 갑곳만에서 임진강과 합쳐져 서해로 흘러간다. 때로는 바람이 불어 조금만 앞쪽으로 떨어지면 항지연못, 즉 낙동강으로 흘러간다. 이외에도 남해로 가거나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에 있는 한 샘과 합쳐져 동해로 갈 수도 있다. 한 마디로, 남한의 거의 모든 강줄기의 뿌리가 바로 검룡소인 것이다. 지금까지 태백에 펼쳐진 지상낙원을 둘러봤다. ▲태백산 ▲만항재 일출 ▲검룡소 모두 어느 곳 하나 빼 놓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볼거리를 자랑하고 있었다. 1박 2일 여정으로 첫 날에는 태백산에 올라 붉은 눈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이튿날 아침에는 차를 이끌고 만항재로 떠나 구름 속 드라이브를 하며 일출을 보는 것은 어떨까? 마지막으로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를 찾아 혹시 이무기는 없는지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검룡소에서 흘러나온 물은 남한의 모든 강줄기로 흘러든다.> |
우리가 본 태백에는 한국의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고 있었다. 마치 신이 조각해 놓은 듯한 아름다운 광경 하나하나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태백에서 만난 문화관광예술사 마다 극찬한 ‘신의 나라’ 태백, 오늘도 여전히 아름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