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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ehrdls 2011. 3. 1. 18:42

공정여행(Fair Travel)이라는 말이 있다. 여행사의 깃발을 쫓아다니며 유명한 관광지를 들르고, 기념사진을 찍고, 기념품을 사오는 관광이 아니라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존중하고, 여행에서 쓴 돈이 그네들의 삶에 보탬이 되며, 그곳의 자연을 지켜주는 여행을 말한다. 태백은 이러한 공정여행이 어울리는 그곳이다. 찬란했던 검은 다이아몬드 의 과거를 안고, 새하얀 눈축제의 현재가 있으며, 그리고 푸르른 미래가 공존하기에 그렇다. 태백이 걸어가는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태백 버스터미널에서 철암마을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버스로 20여 분을 달려 도착한 태백 철암마을은 과거 태백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탄광촌이다. 탄광촌 하면 왠지 모르게 어둡고 음침하고 우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철암마을은 마을 전체가
한 권의 역사책과 같다. 철암마을은 일제가 그 근방의 장성탄광을 개발하면서 석탄 산업을 만나게 되었다. 석탄을 운반하기 위해
철로가 놓이고 철암역이 세워졌다. 그 철길을 따라 마을이 형성된 것이다. 석탄 산업이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교통이 편리해지기
시작하면서, 철암은 황금기를 맞게 된다. 하지만, 전성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석탄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철암사람들은
하나 둘 이곳 탄광촌을 떠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흑백사진처럼 고스란히 남아있는 허름한 건물, 무너질 듯한 폐가옥, 낡은 상가,
황량한 2차선 도로 철암로, 그리고 우뚝 솟은 철암역, 모든 것이 그 옛날처럼 그대로인데… 사람만이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로지 석탄을 캐기 위해 모였던 그 많던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발길을 돌려 철암역으로 향한다.
철암마을 시가지 천변에 주욱 일렬로 늘어서 있는 상가들이 왠지 모르게 인상 깊게 다가온다. 늘어서 있는 상가건물은 쇠기둥 몇
개에 의지에 하천 위에 세워져 있다. 그것이 특이해서일까. 철암마을에서 왠지 이국적인 분위기가 난다. 그러한 철암마을 시가지를
거쳐 도착한 철암역사는 그 규모가 태백역사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아마도 철암마을에 살면서 철암역을 이용했던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은 아닐까? 철암역 후문 앞 낡은 건물에
그려진 알록달록한 벽화가 흑백사진 같은 마을과 어우러져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철암역사에 들어서 건너편을 바라보면 검게
그을린 선탄장이 눈에 들어와 화려했던 그 시절의 그 모습을 말해주고 있다. 1935년에 건립된 철암역두 선탄장은 문화재청이 2002
년 5월에 등록문화재 21호로 지정된 이른바 ‘문화재’다. 선탄장은 탄광에서 캐낸 석탄을 선별하고 이물질을 걸러내는 시설을
말한다. 일제 강점기에 지은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현재는 증기기관차가 아닌 디젤기관차로 석탄을 운반한다. 철암역 뒤 2만 9
천여 평에 달하는 선탄장은 우리나라 석탄산업의 유물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유일한 탄광이다. 이곳 철암역두 선탄장에서는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날 두 남자 주인공(안성기, 박중훈)이 상대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
슬로우모션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것’ 은 꼭 보기 좋고 편리한 것만을 가리키는 것일까? 많은 사람의 노력과 시간의 때
묻은 흔적이 남아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 아닌 것일까?
아니다. 아름다움이란 그런 것이다. 보기에 좋고 편리한 것이 아니라 사람과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그런 것이
진정 ‘아름다운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과거의 영광은 스쳐 지나가고 시간도 멈추어진 이곳 철암마을. 그래도 삶은 계속 흐르고 있다.
철암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50~60년대 영화에서나 봤음 직한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옥, 인적이 드문 상가, 쓰려져
가는 천변 건물들, 이제는 무용지물이 된 선탄장이 그냥 없애버리기에는 아까운 ‘그 무엇’ 이 된 것이다. 그래서일까… 철암마을은
살기 좋은 광산촌으로 지금 변화 중이다.

석탄 산업은 분명히 저문 태양과 같다. 하지만 저문 태양도 과거 어느 때에는 뜨겁게 빛나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곳에는
석탄에 울고 웃었던 많은 사람이 존재했다. 그것만으로도 태백석탄박물관은 방문할만한 존재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 태백에는
동양최대 규모의 태백석탄박물관이 있다. 이곳에는 석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과거로의
타임머신여행이 가능하다.
지상 3층 지하 1층의 구조로 된 석탄박물관은 야외전시장을 포함해 총 9개 전시실로 이루어져 있다. 각 전시실에서는 석탄의
생성에서부터 발견, 채굴까지의 과정을 가감 없이 체험할 수 있다. 특히, 8전시실 체험갱도 관은 광산노동자들의 노고를 일반인이
느낄 수 있도록 실 물크기 광산노동자들의 모형이 전시 되어 관람객의 이목을 끈다. 또한 야외 전시실에는 광산에서 쓰이는
장비들이 전시 되어 있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2010년 2월 28일까지 박물관 2층 전시실에서는 ‘석탄산업 200년
사진전’도 열린다. 태백석탄박물관은 태백산도립공원 안에 있으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중무휴 관람이 가능하다.

요금은 어른 2천 원, 어린이 7백 원. 자세한 문의) 033-550-2743 www.coalmuseum.or.kr

아련한 흑백사진 같은 태백의 모습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면, 이제는 화려하고 액티브한 컬러사진 같은 태백의 활기찬 모습을 볼
차례다. 태백 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새하얀 ‘눈’ 이다. 이 부분에서 잠시 ‘엉뚱한’ 생각에 잠긴다. 눈은 물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태백은 매년 겨울 물이 부족한 곳이다. 물이 부족한 태백에서 물로 이루어진 눈축제를 한다는 것은 일면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하지만 태백의 눈축제는, 어쩌면 태백에 눈이 많이 내리기를… 다시 말해 물이 부족하지 않기를… 기원하는, 일종의 기우제가
아닐까. 태백에 내리는 새하얀 눈을 바라보며 잠시 그러한 생각에 잠겨본다. 겨울 하면 눈, 눈 하면 태백겨울여행… 태백에서 눈을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 있다. 바로 오투스키장이 그곳. 태백시 황지동에 자리한 오투리조트 내 오투스키장은 2010년 태백에서
눈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길들여지지 않는 자연이 만든 야생 스키장이라 불리는 오투스키장은 고원과 레저의 도시
태백답게 해발 1천4백 미터 이상의 고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스키와 스노보드의 짜릿한 참맛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면서 레포츠를 즐기고 싶다면 이곳 태백이 제격인 셈. 스키실력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라도
정상에서 동시에 출발한다. 출발 후, 자신에게 맞는 코스를 찾아 스키나 스노보드를 즐길 수 있어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다는 점이
이 오투스키장만의 매력이다.
또한, 2010년 1월 22일 태백 눈축제 개막일에는, 이곳 오투스키장 야외무대에서 시민관광객 5천여 명이 ‘눈싸움 기네스’ 에
도전한다. 현재까지는 부다페스트에서 관광객 3,745명이 참가한 눈싸움이 신기록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기록이 태백에서 곧 경신될 것으로 추측하고 있고, 그에 맞는 만반의 안전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까만 ‘석탄’이 태백의
과거를 상징한다면, 새하얀 ‘눈’은 태백의 현재와 같다. 태백의 과거와 현재가 잘만 어우러진다면 태백은 고원도시 뿐만 아니라
현재와 과거의 다양한 시간이 공존하는 이색적인 ‘대한민국 문화유산’ 으로서의 가치도 생길 것이라 한번 믿어본다. 하지만 너무
빨리 변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천천히 서서히 지킬 것은 지키면서 태백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겨울이면, 특히 1월이면 태백산은 그야말로 눈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태백산을 오르다 보면 그 설경에
반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왜냐하면, 태백산은 해발 1천 미터나 될 정도로 높지만, 산세가 험하지 않고 완만하며 암벽이 적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태백산의 상징인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주목군락의
설경은 웅장하면서도 아늑해서 왠지 모르게 포근함마저 느껴진다. 태백산 입구에서 정상 천제단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크게 5코스
가 있다. 가장 짧은 코스는 유일사 입구에서 천제단에 이르는 코스로 약 2시간이 소요된다. 가장 긴 코스는 금천에서 문수봉을 거쳐
부쇠봉을 지나 천제단으로 가는 코스로 약 4시간이 걸린다. 또한, 당골 입구에는 태백산 민박촌이 마련되어 있어 오가는
등산객들의 아늑한 쉼터가 되고 있고, 해발 950m에는 높이 120m의 슬로프와 안락한 휴게실을 갖춘 눈썰매장이 마련되어 있다.

자세한 문의) 033-550-2741 park.taebaek.go.kr

까만 석탄의 과거를 지니고 있고, 새하얀 눈꽃의 현재가 공존하는 태백의 미래는 과연 어떨까. 아마도 푸르른'그린'아닐까. 매봉산 정상에 있는 풍력발전단지가 관광지는 아니다. 말 그대로 바람을 이용해 유용한 에너지를 만드는 곳이다.
또한 예능프로그램'1박2일'로 유명해진 태백 삼수동 귀네미 마을에도 자연의 힘인 바람을 이용한 풍력발전단지를 2011년까지 건설할 예정이라고 한다. 게다가 태백에서는 탄광 부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천연 허브 복합단지가 조성될 계획도 있다. 태백에서 가까운 미래에 다양하고 희귀한 자생식물과 천연허브를 볼 수 있게 된다. 이제 태백은 흑백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깨끗하고 화사한 녹색도시로 거듭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