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a/100가지 잡생각

강승환 2014. 2. 25. 03:02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던 2007년 12월 새벽, 나는 내 이름이 편집책임자로 찍힌 신문뭉치를 왼팔에 가득 끼고 골목골목을 누비며 신문을 돌리고 있었다. 신문배달은 고등학교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나는 당시 신문을 '누구를 찍어도 좋지만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한 후보를 찍으라'는 논조의 칼럼과 관련기사들로 가득 채웠다. 단 몇 명에게라도 정확한 사실이 제대로 전달되어 기적이 일어나길 원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신문은 영향력도 없었고, 신문부수도 1만5천부로(격주간지) 미비해서 기적을 바라는 건 무리수였다. 하지만 그러므로 기적을 바란 거다.


내가 원한 기적의 내용은 별 것 없었다. 이명박 낙선, 문국현 당선이었다. 이 후보만 낙선하면 현대건설사장 재직시절의 무능경영(어마어마한 부채누적)과 서울시장 당시 서울시 경쟁력을 하위권으로 추락시킨 행정능력이 청와대에 입성하는 재앙을 막을 수 있었다. 반면, 문 후보가 당선 되면, 그와 그를 믿어준 노동자들이 유한킴벌리에서 실현시킨 교육과 나눔과 성장을 함께 가져가는 기업문화가 널리 확산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양당구도의 정치프레임을 한순간에 뒤바뀔 수 있었다.


물론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명박 씨는 대통령에 당선됐고 그때부터 불행이 시작됐다. 남대문은 불탔고, 예상했던 것처럼 경제의 양극화가 고착화됐고, 누가 봐도 수익성담보가 안 되는 4대강 사업이 진행되어 국토가 절단 났고, 언론사는 교묘한 방식으로 통제됐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법인 전기통신법을 부활시켜 표현의 자유를 막았다. 그는 국민에게는 수없이 많은 좌절을 주면서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일들에는 공을 세우려 혈안인 대통령이었다. 그가 당선되고 얼마 뒤 문국현 후보는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누가 봐도 찜찜한 법원의 판결 때문이었다. 올바른 소리를 하는 양반은 언제나 죽임을 당하는 나라. 새로운 대한민국이 시작된 거다.


이렇게, 21세기에 들어와서 대한민국은 ‘첫 불행의 출발점’을 맞았었다. 사람들은 내가 신문기사자료를 보여주면서 초등학생이 봐도 인지할 수 있는 이명박과 문국현의 능력 차이를 말해주어도 그게 뭐 어떠냐며 무시했다. 그들은 경제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명박은 경제대통령’이라고 칭송했다. 드라마만 봐도 알지 않느냐며 자신이 올바른 판단을 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솔직히 이제 와서 말하자면 나는 사람들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아니! 자기들이 경제를 모른다면서 어떻게 경제대통령을 올바르게 뽑나? 모르면 적어도 조금이라도 공부를 해서! 뭐가 정말 맞는 말인지 분간하려는 노력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무튼, 아침부터 이렇게 내가 생각하기도 싫은 양반의 이야기를 장황하게 풀어놓는 이유는 사실 별 것 아니다. 오늘저녁 8시에 jtbc9에서 손석희 앵커의 사회로 박근혜 정부 1년을 평가하는 토론이 열리니 꼭 보시라고 권장하기 위해서다. 국민들이 이런 걸 좀 자주 봐주셔야 팩트를 구분하는 식견이 생기시고, 그래야 제2의 이명박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확률도 점점 줄어들 것 아닌가. 마지막으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비판이 아닌 쌍욕들을 하시는데 듣기 참 거북하다. 이명박 대통령을 뽑았다고 자랑하고 다녔던 양반들이 앞장서서 이명박 대통령을 욕한다. 누워서 침 뱉기 하지 말자.



[100가지 잡생각] 카테고리에 대한 설명

이 글쓰기 카테고리는 2013년 12월 31일. 열심히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며 시작한 카테고리. 100개의 생각정리가 목표, 형식과 주제는 자유. 목적은 내 생각의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