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20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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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찔레꽃이 피어나고

우리 집 담 너머 황무지에 찔레꽃이 일가를 이루더니 꽃을 피운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니 나에게 말을 건넨다 아저씨 이 땅 주인이세요? 아니, 주인은 멀리 계시단다 여기에 언제나 오신대요? 당분간은 오시지 않을 것 같구나 안심하렴 찔레가 덤불을 이루고 하얀 꽃을 피운다 사람들에게 푸대접에 박대를 받는다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온 몸을 가시로 무장하고 있는데다 큰 덤불로 일대를 점령해 버리니 혐오 수종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찔레꽃어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조금씩이나마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있다 꾸밈없이 척박한 외진 곳에서 억척스레 살아가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새로운 이미지로 변화하니 박수를 칠 일이다 나도 지난 겨울에 근처에서 손목만한 크기의 찔레 나무를 큰 화분에 옮겨 심었다 찔레..

20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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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으아리가 바람에 흔들리고

으아리 나긋나긋한 허리가 미풍에도 흔들린다 작디작은 꽃망울들을 품은 으아리는 바람을 시련이라 여기기보다는 오히려 즐기는 것 같다 바람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를 더욱 고양 시킨다 바람과 공명하는 잎사귀들과 유연한 허리로 생동감이 살아난다 허공으로 길을 내는 촉수는 섬세하지만 용감한 전위대다 누가 저들을 유약하다고 할 것인가? 전신을 떠받치는 꼿꼿한 척추만이 강인하다는 발상만이 늘 옳지는 않다 흔들리는 버스의 손잡이에 의탁하는 승객처럼 주위의 환경을 활용하는 저 민첩함과 융통성은 강인한 생명에의 의지다 지금 촉수가 바람에 흔들리며 옆의 잔가지에 닿을락말락 한다 내가 손잡아주지 않아도 내일 쯤이면 너끈히 깍지를 낀 것처럼 단단할 것이다

19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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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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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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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밭을 일구며

요며칠 밭을 일군다 100평 정도나 될까 남들은 요정도 면적이라면 관리기의 일로 여기겠지만 나는 아직 근육의 일로 여긴다 네 발 달린 쇠스랑으로 땅을 뒤엎는 일이 생산의 여신에게 바치는 봉헌의 의례와 같다 쇠스랑을 놓고 여러 번 밟아서 땅속 깊이 찔러넣고는 양손으로 지렛대질처럼 젖힌다 주변에 균열이 생기고 요동치며 상하좌우가 뒤바뀐다 생산의 원동력은 변화와 혁신에 있음을 무수한 반복적 노동을 통해 깨닫는다 기존의 구조만으로는 생산성이 떨어지니 땅을 뒤엎으라는 것이다 메말라 파삭파삭한 흙과 수분을 머금은 흙이 뒤섞이며 땅은 새로운 기운으로 충전된다 이질적인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상생의 기초다 햇빛을 누렸던 지상의 흙과 그러지 못했던 지하의 흙이 처지가 바뀐다 무사안일하지 않고 낙심하지 않는 혁신의 계기가 ..

30 2022년 04월

30

사랑방(벗,지인과 함께) 옛 동료들을 기다리며

사람들을 기다린다 기다림은 꾸밈없는 선한 마음이고 진실함이다 기다림은 현실 조건의 불충족이나 대인적 이별이 전제되어야 솟아나는 상대적인 감정이다 회자정리란 인간관계의 철칙은 만나고 헤어짐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숙명이고 원칙임을 알려준다 뜰에 핀 봄날의 화사한 꽃들이 지는 것을 아쉬워하지 않는 것처럼 사람들이 헤어지는 일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하리라 학교라는 직장을 완주하지 않았다 생계를 위해 교육자의 이상이 좌절되는 참담함이 싫어 생애의 진로를 바꾸었었다 살던 도시를 떠나고 모임들을 정리하고 귀향하면서 몇몇 학교 동료들은 떠날 수 없어 끈끈히 관계를 유지한다 기다리는 마음이 문 입구 화단에 대나무 아치로 세워진다 비비추도 여러 포기로 나누어지고 으아리 새 덩굴도 지주에 묶인다 봄의 뜰에서 1박2일로 기다..

28 202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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