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충서 - 논어 공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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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2016. 5. 9.

충서(忠恕)

 

세계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세 분이라면 당연히 예수, 석가, 공자를 든다.

예수의 사랑, 석가의 자비, 공자의 인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 십자가에서 죽은 예수의 무조건적인 사랑

인간에게만이 아니라 미물에게 까지 미치는 뭇 생명 존중까지 포함하는 자비

그리고 공자의 어진 마음으로 남을 사랑하는 인은 차별적인 사랑이다.

 

세 성인의 사상에는 차이가 있으나 공통된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남을 위해 사는 삶 즉 이타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자의 추상적인 인의 사상은 구체적 실천 지침으로 충서를 내세운다.

충이란 글자의 짜임대로 가운데 중과 마음 심 즉 마음의 중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이 말은 정성스럽고 진실한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끊임없이 흔들린다.

이기심, 탐욕, 질투, 게으름 등 사악한 마음이

잡초처럼 마음의 밭에서 돋아나온다.

 

 

한 번은 현금지급기에서 10만원을 인출하는데 집에 와서 지갑을 열어보니

현금 9만원과 십만 원 권 수표가 한 장 들어 있었다.

추리를 해보니 누군가의 실수로 십만 원 권 수표가 만원짜리 현금에 끼었고

그것이 만원짜리로 읽혔던 것이다.

그러니 모두 19만원이 들어있어 나에게 9만원이 잘못 지급된 것이었다.

오류로 인한 횡재로 치부할 수도 있었지만 누군가가 그만큼의 돈을 배상해야 한다는 생각에

작은 횡재가 가져다 줄 마음의 불편함이 더 컸던 것이다.

다음날 전화를 했더니 추리가 정확히 맞았다.

당연히 돈을 돌려주었고 9만원에 내 참됨을 잃지 않았으니 천만다행으로 여겼다.

그 때 만약에 1억권 수표가 잘못 지급되었다면 나는 얼마나 유혹에서 고통스러워했을 것인가?

 

 

개인적 의미의 충은 성실이다. 즉 참된 마음이다.

사회적 의미의 충은 사회적으로 분담한 자신의 직분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적 의미의 충은 애국하는 것이다.

군에 있을 때 경례 구호가 <충성>이었던 적이 있다.

충성이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헌신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 의미를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는 결과다.

충이란 그 대상이 꼭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는 같을 여와 마음 심으로 짜여진 글이다.

즉 내 마음이 타인의 마음과 같을 때 나오는 관용의 미덕인 것이다.

관용은 너그러움이다.

너그러움은 남이 항상 나와 같지 않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내가 독특한 성격, 개성, 가치관을 가지고 자유로운 행동을 할 권리가 있듯이

남도 나와 동등한 권리와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수평적인 인간 존중의 정신이다.

 

오갈 데 없는 장발장에게 후한 대접을 했지만 은촛대를 훔쳤던

후안무치한 장발장을 왜 미리엘 주교는 용서했는가?

 

자신은 성직자이고 훌륭한 인품을 지닌 인격자로서의

도덕적 우월감이나 의무감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만약 장발장과 같은 처지였다면 자신도 절도를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자신도 장발장과 같이 인간으로서의 약점을 지닌 존재이기에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를 했던 것이다.

참된 용서는 동등한 인간적 약점을 지닌 존재로 보고 용서하는 것이다.

 

충서!

남을 사랑하는 어진 마음인 인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구체적 지침인 충서를 실천해야 한다

이는 남이나 외부의 권위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명령하고 따르는 준엄한 자기 다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