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가래올 - 강선대의 시냇가 풍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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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고장, 내 고향 거창

2012. 2. 10.

 

9월의 마지막 날

강이 좋아서 물길을 따라 개래올에서 강선대까지 1킬로 미터를 다녀왔다.

배낭에 디카 하나 들고..........

 

맑은 물, 화강암 암반과 대형 자연석들

이 강을 따라 걸으면 나는 마치 신선이 되는 느낌이다.

 

 

 

바위들을 가만히 바라보면

서 있는 입석(그림의 좌측 뒷면)과

횡석(그림의 우측 돌)과

평석(그림의 좌측 앞면)들이

서로를 보완하며 잘 어울리고 있다.

 

자연이 만든 절묘한 자연석의 배치이다.

게다가 그 돌들 사이로 흐르는 물길을 보면

역시 자연의 작품은 우리를 환상으로 이끈다.

 

 

고숲정에서 가래올 가는 길 중간에 있는 정각 하나,

우리는 육모정이라고 불렀는데 운주정이란 현판이 있다.

풍류를 즐기던 우리 선조들은 풍광 좋은 곳마다 이런 정자를 세웠으니.......

그래서 이 골짜기에는 정자가 많다.

관리를 소홀히 하여 정자 기둥 하나는 베어지고

주변 상태가 엉망이라 지역인으로서 부끄럽다.

 

 

정각의 천정은 우산의 살대 모양으로 지었다.

요즘 황토집에서 잘 응용하는 기법인데

천정 복판을 지탱하는 기둥이 없어도 되는 건축법이다.

야생벌이 집을 지어 방치된 흔적이 역력하다.

 

 

운주정이란 글자가 보인다.

 

수백년의 세월을 버티었던 단단한 몸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가로로 세로로 균열이 생긴다.

'만물은 유전한다'는 큰 법에 바위는 자신의 몸을 맡기고 있다.

 

많은 세월이 지나면 모체로 부터 분리된 돌들이

강을 따라서 흐를 것이다.

흐르면서 그 분신이 또 생기고 또 흐르고......

 

 

물가에 있는 바위들은 더욱 아름답다.

늘상 제 얼굴을 면경 같은 물위에 비추고

큰 물길이 지날 때마다

제 못난 부분은 깎이고 다듬고 씻어서

이렇게 매끈하고 수려한 몸매를 유지한 것이리라.

 

바위 하나에도

많은 봉우리가 있고 골짜기가 있어

바위는 산이 되었다.

그 바위의 단단한 몸의 작은 틈지기에도

바람이 불어와 흙 한 줌 자리 잡고

철쭉이 뿌리를 내리니 숙연해지지 않을 수가 있는가? 

 

 

 

 

 

 

 

 

 

 

이제 바위는 늙어간다.

부황 든 얼굴로 큰 법 앞에서 겸허하게

자신을 비울 준비를 하고 있다. 

그 단단하고 아름답던 몸이 푸석해지고 주름진 모습이 되어간다.

 

제 몸을 더욱 낮추어서 물길이 될 것이다.

 

 

 

같은 물길에 누워도 왜 어떤 얼굴은 매끈해지고

어떤 얼굴은 왜 이렇게 고운 주름으로 아름다운가?

 

돌은 저마다 성질이 다르다.

저마다 다른 결을 지니고 있고

저마다 다른 무늬를 지니고 있고

저마다 다른 강도를 지니고 있으리라

 

그리고 어찌 우둔한 우리가 아는 그런 점만 가지고 있으랴.

그런 점만으로는 저 아름다움을 설명하기 어려우리라.

 

 

바위는 스스로를 다듬고 부수는 도구가 있다.

물길을 따라 흐르는 돌이 마치 석수의 정이 되어 스스로를 다듬어 간다.]

그런 정을 때리는 힘이 바로 물이다.

그 부드러운 물의 힘이 바위를 변화 시킨다.

 

 

 

저 아름다운 결과 색을 어디다가 비유하리오?

 

물 길을 따라서 가다가

돌 하나를 세워서 몸체를 만들고

작은 돌 하나를 주워서 머리를 만든다.

이래서 선사 하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