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용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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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고장, 내 고향 거창

2012. 2. 12.

 

거창과 함양은 정자가 많은 곳이다. 그만큼 경치가 좋다는 말이다.

정자는 경치가 수려한 곳에 짓고 선비들이 모여서 유유자적하게

시를 읖고 자연을 감상하며 풍류를 즐기는 곳이다.

 

 

수승대 요수정이나 관수정의 아름다움을 어찌말로 다 표현하리오.

그러나 이 정자들 못지 않게 나는 용암정의 풍취(風趣)를 높게 평가하고 즐긴다.

 

 

그냥 차를 타고 길을 가다가 흘낏 바라보는데 어찌 제대로 감상이나 하겠는가?

물길을 따라서 행기숲 해인정을 지나고 용소에서 잠시간을  머무르다가

피부가 매끈한 형상이 독특한 화강암들이 제각기 절묘한 형태로 자연의 미를 연출해 내고 있다.

그런 틈새로 제각이 길을 낸 위천은 이제 걸음을 더욱 재촉하는듯 하고........ 

 

 

                        용암정 (龍巖亭)

                        우리 고장의 지명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용문평(농산 앞 넓은 들), 용소 또는 용포, 용수막(농산의 마을 별칭) 등에서

'용'자가 공통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잘 알 것이다.

설화에서 유래된 것인지, 지형이 용의 형상을 닮은 것인지........

 

저 너머....... 강정(江亭)은

물길을 기다렸다는듯이 품으로 끌어 안으며

바위 위에 우뚝 서서 흐르는 위천(胃川)을 고요히 내려다 보고 있다.

정자 아래 작은 소에서 물도 걸음을 멈추고 쉬어간다.

도로변에 노송 몇 그루가 이런 광경을 지켜보고 서 있다.

노송은 늙어서 더욱 아름다우니 본받을 일이다.

 

강정 모리(모퉁이의 방언)에서 위천도 한굽이 꺾여서 모퉁이를 돌아간다.

아름다운 풍경은 어디서나 한 눈에 모두 들어오지 않는다.

유명한 안압지도 한 눈에 전체를 조망할 수 없도록 설계된 것과 같은 이치이다.

 

 

용암정은 물길이 휘굽어지는 커브길에 큰 나무에 은은하게 가려서 더욱 아름답다.

자연 암반을 원래 그대로 살린 기초 위에 건물을 올리는 한국의 자연미가 여실히 드러난다.

저 지붕 처마의 선을 보면 마치 여인의 저고리 소맷자락 같지 않은가?

추녀 양끝은 들어올림으로써 기능적으로 처마 아랫 부분을 밝게 하는 뜻과

곡선의 미를 연출해 내는 저 미학에 감탄이 절로.........

 

 

일본의 아름다운 정원을 감상하는 기회가 있었다.

일본의 환상적인 정원인 헤이안신궁의 신원(神苑)이라던가 니조성의 니노마루 정원 등도

연못과 건축물과 수목, 암석등이 절묘한 조화의 미를 연출하고 있다.

일본의 정원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 축소지향적인 형태로

치열하게 계획되고 관리되는 인공의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자는 매우 자연적이다. 무계획의 계획이라는 표현은 멋진 은유다.

용암정이라는 정원은 일정한 담장과 같은 형태의 구역이 없다.

북상에서 자연적으로 흐르는 물이 용암정 마당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 온다.

정자를 짓기 위해 지반을 평평하게 고르는 등의 작위를 멀리 하고

원래의 지연을 이용하고 있다.

 

 

저 정각에서 시를 읊으며 풍류를 즐기는 이들은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인자요산(仁者樂山)  지자요수(知者樂水)라고

자연의 풍광을 바라보며 인격을 도야하고 벗을 사귀니

선비들의 정신 세계는 얼마나 충일된 생명의 삶인가?

 

                        내 고향에 이런 멋진 정자가 있고

                        나도 이제 그윽한 눈과 여유로운 마음으로

정자를 바라보니 즐겁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