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현성산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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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고장, 내 고향 거창

2012. 2. 16.

 

어느 겨울...... 위천에서 모임 후 귀가하는 길

강동 마을을 지나 말목골로 가는 길에

현성산 거대한 비탈 바위에 쌓인 백설에 황홀해 했었던 날이 있었다.

 

 

 오늘 우림 선생과  그 산, 현성산 산행을 한다.

 금원산 매표소 조금 못가서 차를 세우고

 미폭에서 산을오르며 시작하여 현성산 꼭대기에 올랐다가

 문바위 쪽으로 하산하였다.

 

 

 산이 병풍처럼 벌떡 서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화강암 산지답게

 암반으로 이루어진 골산이다.

 아직도 잔설이 조금 있는 그늘진 좁은 길 아래

 비탈 바위 낭떠러지..........

 곳곳에 설치된 밧줄을 잡거나

 바위 틈에 뿌리 내린 나뭇가지를 잡으며 오른다.

 

 

 나는 현기증이 오는 것 같아서 감히 아랫쪽을 내려다 보지도 못한다.

 고소 공포증을 가진 나는 오로지 앞만 바라보며

 바위에 설치한 계단 난간을 바르르 떨리는 손으로 잡은 채.............

 

 

 절벽에 선 소나무는 훌륭한 작품이다.

 메마른 암벽 틈으로 뿌리를 내리며

 세찬 바람과 척박한 바위에서 

 인고의 세월을 견딘 수행자 아니랴!

 

 

 위천면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기백산 정상이 몇달음만 가면 닿을 듯 하다.

 금원산 정상은 축지법으로 가면 금방 닿을 것 같다.

 합천 가야산 정상이 선명하게 보이고

 구월산 등줄기가 길게 누워있다.

 

 

 몇 장의 사진을 찍고 쌍안경으로 사방을 둘러 보기도 한다.

 이런 산세가 수려한 고장에서 자란 우리는 축복을 받은 것 아니랴.

 이 아름다운 고장의 좁은 산 길마다 발자국을 남기고

 이 아름다운 산의 나무며 바위를 벗하며 살고 싶다. 

 

 

험산준령의 고장답게 경남의 서북쪽에 위치한 거창군 북상, 위천, 마리면의 우리 고장은

덕유산을 비롯하여 기백산 금원산과 같은 우뚝 솟은 산이 있는가 하면

현묘한 느낌을 주는 바위산 현성산이 특별한 구경거리를주기도 한다.

그런 산들에게 아름다운 하천과 폭포는 운명적인 동반자 아니랴.  

 

 

 위천 소재지에서 금원산 매표소 쪽으로 약 3킬로 정도가면

 미폭 안내판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현성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나무 한 그루, 바위 한 개도 정겨운 내 고장.......

 

 

등 뒤로 보이는 위천면 일대

우리는 쌍안경으로 사방을 둘러보며

내 고향을 조감한다. 

 

 

비탈 바위를 오르기 위해 설치한 계단의 각도가 60도는 족히 될 것 같다.

나는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앞만 바라보며 양 손으로 계단을 꼭 쥐고 오른다.

우림 선생은 겁도 없는지......... 한걸음 뒤에는 낭떠러지인데.......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현성산 정상. 이 산행길은오로지 외길이다. 1000미터가 조금 안되는듯......

 

 

 

건너 편에 보이는 기백산의 함성이 드리는듯........

 

 

천상의 계단을 오르고 오르고..... 바위에 뿌리 내린 저 소나무 좀 봐.......

아직도 잔설이 얼어 붙은 채........

 

 

얼음이 연출하는 백색 미학은 우리에게 미적 관조의 세계로 인도한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서(현재 반 홀아비 ㅋㅋ, 교원퇴직, 어부인은 아직 교원 등)

틈틈이 만나서 은일한 삶의 즐거움을 나누는 벗 우림 선생

 

 

'친구를 보면 자신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

오늘 산행을 하면서 나누는 대화나 즐거운 경험을 공유함으로서

서로에게 때론 배우고 때론 서로 닮아가기도 하리라.

 

늘 저 아랫 마을에서 높은 곳을 바라보다가

이제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다.

그럼으로써 보다 자유로운 발상과 새로운 느낌을 갖는다면.........

오늘 산행은 더욱 의미가 깊을 것이다. 

 

 

마치 천상으로 향하는 계단인듯.....

나는 슬슬 불안해 지는데

친구는 용감한 소년처럼 의기양양하다.

 

 

오로지 살기 위해 참고 견디며

영욕의 부질없음을 말해 주는듯

소나무여 소나무여..... 

 

 

위천면 너머 제일 아득한 산이 가야산이리라.

눈을 홈빡 뒤집어 쓴 채 ........

 

 

바칼바람 앞에 나약하지 않기 위해

섬세한 실뿌리로 바위를 뜷어

굳건하게 선 소나무여 소나무여......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현성산 꼭대기에 서 있는 저 사람이 나인가?

사진에 있는 저 날짜가 오늘인가?

 

혹시 허상이 아닌가?

나도...... 이곳도......

부질없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리라!  청곡이여/

 

 

문바위 뒷쪽

신령스런 기운이 느껴진다.

 

 

겨울철에는 금원산 얼음 축제로도 유명하다.

금원산 공원 관리 주체가 거창군에서 경상남도 직속 관할이 되었단다.

최근에는 수목원이 조성되어 기대가 크다. 

 

 

                      고향의 품에서 閑居之樂에 든 청곡

 

 

물이 차가운 기온을 만나서 연출한 한폭의 그림이다.

 

 

 

 

 

저 굳센 소나무의 옆으로 서너 걸음만 가면 낭떠러지다. 덜덜덜......

 

 

 

 

 금원산 얼음 축제는 끝이 나고......아직도 시퍼런 입술

 

 

 

 

 

 

어려서부터 기백산과 현성산 금원산을 바라보며

꿈을 키우던 소년이 이제 이순이 되어

고향의 품으로 귀환하여

장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다.

강인한 소나무처럼 ........

 

소나무와 돌을 좋아하는 벗이다.

현성산 암벽에 뿌리 내린 소나무는 참으로 장하다.

칼날 같은 바람을 온 몸으로 견디며

바위 틈으로 뿌리를 내리며 견뎌 낸

강인한 기상과 투혼으로 아름답다. 

 

 

체바위 (체는 지역 방언인데 곡식을 손질하는 '키'이다)가 보인다.

 

 

 

위천면에서 보면 친구의 등 뒤의 비탈 바위 절벽이 한 눈에 보인다.

현성산을 바라볼 때마다  오늘의 짜릿한 경험을 생각하리라 

 

 

저 소나무를 보라!

바위 틈에서 몇 줌 흙의 자앙분으로 연명하면서도

당당히 계곡을 굽어보는

저 푸른 기상을 ...........

 

 

문바위 쪽으로 하산하면서 우리가 지나온 암벽 꼭대기를 바라본다.

 

산행을 마치고 구글어스로 산행 코스를 조감해 본다.

마치 한 마리의 새가 되어 하늘 천정에서 수직 강하하여

현성산을 향해 내리꽂히듯...........

다른 지형에서 볼 수 없는 초대형 암벽들로 산이 희끗희끗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