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수승대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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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고장, 내 고향 거창

2012. 2. 19.

 

얼음은 많이 녹았지만 하천 바람은 아직 날을 세우고 있다..

오늘은 수승대까지 걷다 돌아올 것이다. 가래올에서.......

 

모처럼 이야기 동무가 있어서 길에는 발자국이 나란하다.

32년 째 내 삶의 여정을 함께 걷는 한 여인 ^^^

수승대에 더러 와 본 사람들도 이런 신령스런 바위가 눈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바람과 물과 세월이 뚫고 판 기묘한 형상을 연출하고 있다.

 

과연 바위 안쪽에는 누군가의 촛불이 켜져 있다.

어떤 염원, 어떤 간절함이 저 촛불을 켰을까?.

 

 

강정(江亭)의 풍광은 도로에서는 제대로 볼 수 없다.

이런 눈맛을 공짜로 즐기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이런 곳에서 나고 자란 이들은 얼마나 전생에 좋은 업을 쌓은 것인가?

 

갈천동 물길이 용암정에서

두 세번의 휘몰이 장단을 친 후

수승대로 흐른다.

 

                        사진 뒷편을 밴다리라고 한다.

                        밴다리의 정식 지명은 주교동(舟橋洞),

                        즉 우리말로 배다리이다.

                        

 

비탈진 너륵 바위에서 뒷편의 바위처럼 물로 미끄러지듯 앉은 나

늘 혼자서 다니다가.........

길 동무가 내 사진을 찍어준다.

길을 걸으며 즐거운 조크를 한다.

"홀아비 하나가 늘 다니더니 오늘은 어디서 여자 하나를 얻었나 보네. 헹"

 

 

군데 군데 기운 여인의 치마 주름 같은 암반은

다림질로 다린듯 희고 깔끔하다.

군데군데 얼음이 이제 풀리고 있다.

봄이 오는 소리를 제일 먼저 들은 이는 버들강아지다.

 

 

저녁 햇살에 어른거리는 물의 비늘들.........

저 맑은 물처럼 깨끗한 심성을 가지고 살고 싶다.

저 흐르는 물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진리를 깨닫는다.

 

 

 

산 윗쪽의 바위를 본다.

서서히 미끄러지고 있다.

세월이 바위를 물 속으로 걷게 할 것이다.

윗 쪽의 몇몇 분신들은 벌써 떠났다.

그들은 큰 법을 따르는 순례자처럼 어딘가로 흐를 것이다. 

 

그런 바위를 바라보는 그대는 누구인가?

그대는 어디로 흐르고 있는가?

잠시 이런 선문답에  잠기다가

 

 

'참된 영원은 끝없이 흐르는 가운데 있다.'(眞常流注)

는 선어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