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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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2012. 2. 26.

 

       촛 불

 

 

 

꼭두새벽 남산 마애석불 제단이거나


이슥한 밤 독가촌의 단칸방이거나


촛불이 어둠을 밝히는 것만이 아니다.

 

 

 

초에 불이 붙으면


껍데기인 육신에 영혼이 깃들고


격렬한 몸짓, 뜨거운 열정으로


그들의 삶이 시작된다.

 

 

그러나 그들은 언어로 말하지 않는다.


뜨거운 아우성은 차라리 침묵이다


그래서 안으로 안으로 여울처럼 흐르다가


이윽고 경건의 강은 유장한 강이 되고


마침내 신비의 바다로 흘러든다.

 

 

 

타오르는 것은 결국 가라앉는 것이다.


염원을 향한 한맺힌 무당의 춤사위는


그래서 자기 회귀의 침잠의 승무가 된다.

 

 

 

희생은 십자가의 예수만이 아니다.


육신과 영혼의 갈등과 대립이


끝내 합일하는 일치의 신비를 위해


육신은 기꺼이 살점을 태우고


영혼은 새로운 전설을 창조한다.

 

 

 

10여년 전


촛불을 바라보며


밤을 지새며......

 

그래서


추억의 앨범처럼


펼쳐보는


글 한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