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순천 선암사 승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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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

2019. 12. 15.

 

선암사 가는 초겨울의 고즈넉한 길에서 처음으로 홍예교와 조우한다

간접적으로 더러 보곤했던 했지만 의도하지 않았기에

순간적 감흥이 더 크다 우연이 주는 프리미엄이다

 

사찰을 가려면 멀찌감치 주차를 하고 걸어서 가야 한다는 평소의 소신대로 걷기를 잘 했다

이미 날이 저물고 있지만 저물면 저무는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시간을 잘게 쪼개어 행선지를 정하다 보면 스스로 만든 구속에 속박 당하는 것이다

동행하는 친구들 모두 이런 낙천적이고 유연한 생각을 가지고 군소리를 하지 않는다



 


초겨울의 낙엽들이 진입로 수행의 비질에 순순히 길섶으로 비켜나 있다

내방객들의 걸음이 정중해지고 즐거운 수다가 절로 잦아든다

길 아래로 흐르는 계류는 속진을 씻기고 게류성은

신앙이나 예법과 상관없이 고찰을 경배하는 이 자연스런 정화의식의 일부라고 여긴다

 

시선을 확 끄는 홍예교!

반원의 아치 위에 난 직선의 다리는 한 곡과 직이 멋스럽게 조화된 구조물이다

시원하게 뚫린 반달문으로 계류를 통과 시키고 그 위로 통행을 하게 만든 무지개 다리의 멋에 끌린다


 


정식 명칭은 순천선암사 승선교인데 보물로 지정된 품격 있는 불교문화유산이다

선불교 6대조인 혜능대사의 가르침을 골수로 하는

태고종의 본산인 선암사의 악세사리 하나도 기품이 배어나온다

 

아치의 미학은 배워서 느끼는 것이 아니리라

다릿발을 세우지 않고 쐐깃돌로 반원 형태로 만드는 구조적 미를 창조하는

건축기술이 정교함과 공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게다가 승선교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속세에서의 불국 정토로 건너가는 의미일 것이다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신선의 땅으로 가는 다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