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여행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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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

2020. 8. 19.

여행 중이다

도심의 건물 한 켠 벤치에 앉아 옥수수 반 개가 아침 요깃감이 된다
굳이 수저로 떠먹는 형식적인 식사가 아니어도 부족하지 않은 자족으로 엷은 미소를 띤다
이런 모습이 궁상으로만 여겨졌던 젊은 시절의 호기로운 욕심이 사라져서 좋다

혼자 있어서 편하고 자유롭다
말이 필요하지 않는 무한의 여백에서 사유는 다듬어지고 깊어진다
동행과 함께 하는 즐거움과 충족감이 싫어서가 아니라 동조와 배려의 벗어나는 홀가분함 때문이다

도시가 본격적으로 깨어나는 아침이다
차량들은 꼬리를 물고 헐레벌떡거리머 앞으로 앞으로 맹렬하게 달린다
행인들은 가야 할 길을 재촉하며 제 발자국을 돌아보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는 한 사람이 경이로운 눈으로 느긋이 앉아 사유에 잠긴다
이 도시에 속하지 않는 외인, 확정된 일상에서 벗어난 자유인!
내 앉은 이 자리, 내가 머무르는 이 순간이 깨어있는 삶의 정수임을 꿰뚫어 본다
텅빈 마음의 벽에 가을 가곡이 반향되어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