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환상과 현상 사이를 오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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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

2020. 8. 19.

 

조금만 이 땅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여기는 전설의 성지다

대지는 용트림을 하며 상하좌우로 굴곡진 성곽에는

날렵한 누각 몇 채가 우뚝 솟아 오르고
용의 비늘 같은 가지런히 돋아난 것 같은

석물의 편린들이 생동하고 깃발 몇 개가 바람결에 나부낀다

용은 지상에서 하늘로 승천을 함으로써

이상계에 도달하려는 인간 이상의 상징이요

전통문화의 중요한 아이콘이다
현실은 늘 불완전하고 모순에 가득 차 있다
그러한 현실을 위안하고 대체할 수 있는 인류의 이상으로써

동양 사상에 오랫동안 뿌리내린 지혜의 집적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 용의 연못(용연) 한 모퉁이에서 오래도록 앉아 있다
둥근 연못의 복판에는 소나무 몇 그루, 연못에는 수많은 연들이 무성히 자라고

고개를 들면 언덕배기에 날렵한 정자 두 채가 날아갈 듯 날렵하다

「화성을 성지로 축조하리라」
백성을 진정으로 사랑한 군주의 꿈을 개혁이라는 현실로 실현하고

생부의 원혼을 승화하려는 정조 임금의 어명이 이 땅을 명소로 만들었다
그 고귀한 뜻을 받은 다산의 설계와 체재공의 현장 지휘와
동원된 백성들의 작업으로 만들어진 화성의 축조 당시를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