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천렵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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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벗,지인과 함께)

2021. 1. 30.


영양 반변천에서 천렵을 한다
예전의 동료들을 포항에서 상봉해 이곳까지 와서 일을 벌인다
엄청 추운 날씨라 응달진 하천은 얼음이 얼어 물이 흐르는 하천을 찾아 족대질을 한다
물고기를 잡아서 매운탕을 해 먹기 위한 것이라면 매우 비효율적인 출장이다
포항에서도 이백릿 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혹한기에 작업을 한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다

천렵 그 자체의 독특한 즐거움 때문이다
천렵은 가장 원시적 형태의 1차적 생산인 셈이다
천렵도 여러 방법이 있는데 우리는 돌을 쇠지렛대로 흔들어 나오는 물고기를 족대로 잡는 전통적 방법을 선호한다
수렵이나 천렵이 독특한 재미를 주는 까닭은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는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실패와 성공으로 매번 교차되어 나타나는 것 때문이 아닐까?
이 돌이 좋아, 저 돌은 어때라며 바위마다 가능성을 예측하고 즉각적으로 결과를 확인하며 놀이에 빠지는 아이가 된다
왕성한 힘으로 쇠지렛대질이 바위를 흔들어 물고기를 내몰고 퇴로의 길목에 족대를 대어 성공 확률을 높인다
매 번 매 번의 기회마다 성공과 실패로 명확하게 드러나는 결과다
성공보다 훨씬 잦은 실패가 있기에 성공의 만족감은 더욱 커진다
돌이 세차게 흔들리며 흙탕물이 일고 족대를 번쩍 들어올릴 때 모아지는 모두의 시선은 절실한 기대와 바람으로 가득하다
가끔이지만 한꺼번에 여러 마리를 잡을 때 터지는 환호성에는 점잖은 체면이 들어설 틈이 없다

장화를 신었지만 미끄럽고 고르지 못한 돌을 딛어가며 물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다
서너 사람이 한 팀이 되어 즐기는 이 현장은 놀이를 겸한 생생한 생산이다
먹방에 소개되는 매운탕 맛집에서는 누릴 수 없는 체험의 현장이다
이 체험은 시장에서 파는 제품이 아니다
궂은 일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성원들간의 일체감과 협동심으로 행운과 노력의 결실로 사냥의 성과가 나타나는 종합적 체험인 것이다

현지에서 마음씨 고운 식당 주인을 만나서 즉각적으로 1박을 하며 잡은 물고기로 술을 겯들인 식사를 한다
즐거운 판은 소란하다
저마다 목청을 돋구어 함께 한 추억을 소환하며 잡다한 소식이며 일상이며 지인들의 근황을 전한다

30여년의 교직생활을 하며 수많은 인간관계가 맺어지지만 대부분 형식적이고 일시적이라 퇴직 후에도 끈끈히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내가 교직에서 퇴직한지 십여년이 지나지만 이들과는 평생지기가 되어 먼 길을 오가며 변함없는 우의를 유지하니 마음이 한량없이 기쁘고 듬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