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현무와 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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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목공방 - 나무둥치

2021. 3. 27.


현무도를 판자에 그려본다
강서대묘 고분군들은 필시 왕의 무덤이었을 것이다
고대인들의 벽화에 그려진 사방신 중에서 북쪽 벽면의 그림이다
권력의 뒷받침으로 사후의 영생을 누릴 지하의 왕궁은 좁지만 화려하고 철통처럼 보안이 완벽하다
사방을 지키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에다가 천정의 황룡이 오방을 수호한다

고대인들에게 거북은 하늘의 메신저로 여겨졌다 거북의 등껍질에 하늘의 비의가 담겨있어 등껍질을 태우며 점을 치기도 했다
거북의 한 몸통에 두 머리가 돌출하여 운동감과 생명감을 주고 있어 신비롭다
오행사상에서 북방은 차디찬 겨울이요 사자들의 공간이며 흑색이고 물이다

나는 이 그림을 그려보며 고대인들의 우주관과 세계관을 나름대로 유추하는 상상의 신비와 즐거움에 젖어든다
거북과 용은 물의 신수다 차가운 겨울 물의 나라를 상징하는 현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두 기운은 양기와 음기다 거북의 귀두와 뱀의 입은 양성의 성기와 절묘하게 연상된다 (귀두사구)
음양이 교합하는 환희의 절정이 혹한의 북방에서 은밀히 이루어지며 새 봄을 기다리는 희망을 꿈 꾼다

옳아! 이 형상은 이중나선형 구조의 DNA와 흡사 하구나
그렇다면 아직은 생명화되지 않은 가능성의 상태인 생명의 잉태와 맥이 닿는다
생명의 늪인 태반에서 꿈틀거리며 자라나는 생명의 기운이 현무도에서 감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