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상추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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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2021. 5. 6.

상추 키가 손톱만큼 자라는 중이다
밭이래봤자 반평도 안되지만 단촐한 식구에게는 과분할만큼이다
보름 전쯤 상추가 씨를 뿌렸는데 머리를 내밀고 올라온 상추가 대견스럽다
그러나 상추와 함께 머리를 내민 풀들이 대지의 공유권을 내세우며 함께 자라고 있다
봄볕은 공평하게 내리쬐는 것이며 대지는 자비로워 차별하지 않는다며 당당히 가슴을 펴고 있다

밀집모자를 쓴 사람 하나가 이어폰을 꽂은 채 이곳저곳을 살피더니 쪼그려 앉아 풀을 뽑는다
상추가 아닌 풀들을 뽑아내는 것은 이 밭을 상추 전용지로 계획하기 때문이다
차별하며 솎아내는데 엄지와 검지가 절묘하게 협력을 한다
작업하는 중장비의 코끼리 집게처럼 강력한 힘으로 머리통을 찝어 올린다
방금 명아주 연약한 풀들이 저항 한 번 못하고 뿌리 채 뽑혀나간다

자연은 간택하지 않는다는 큰 진리가 마음의 빝바닥에서 꿈틀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