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호밀밭에 바람이 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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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2021. 5. 6.

바람이 분다
바람은 매우 가볍고 충동적이다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제 몸을 갖지 않는다 바람은 그저 욕망대로 움직인다
차분하지도 않고 끈기와 참을성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위엄 따위는 아예 찾아볼 수도 없다

바람은 기운이고 기세다
바람은 도미노 게임을 즐기는 유희다
호밀들이 도미노처럼 이리저리 휩쓸리고 있다
가늘고 긴 허리 탓으로 일부는 넘어져 일어나지 못한다
오늘은 바람의 장난기가 심하다
바람은 크고 강한 것보다는 길고 연약한 것들을 데리고 흔들며 제 위력을 행사한다

뒤에 선 바람이 앞에 선 바람을 떠밀자 앞 바람이 쓰러지고 그 바람에 또 앞에 선 바람이 쓰러지고 드디어 호밀의 등을 밀어 쓰러지고 또 다른 호밀이 쓰러진다
그 바람이 마침내 닫힌 문을 통과하여 바라보는 내 앞가슴을 밀어 내가 쓰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