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비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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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2021. 6. 3.

오늘 같이 비 오는 날, 재미있는 일이 어디 없을까?
친구의 아로니아 밭에 가서 가지를 쳐주어야겠다

비옷을 입고 달랑 가위 한 개만 들고 2km 떨어진 밭으로 간다
친구에게는 한마디 상의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 혼자 비오는 날을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남들은 비오는 날에 일하는 나를 삐딱한 눈으로 보기 일쑤이고 또 진구가 나 혼자 일하고 자기느쉬는 것이 무척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손가락 마디가 아파서 가위질이 힘들다

비오는 날을 일부러 택하는 것은 비오는 날의 수채화 화면 속의 주인공이 되기 때문이다
비오는 날은 무조건 쉬는 날이라 여기는 통념을 따르기보다는 나의 독자적 의미를 찾아낸다
유희의 현장 퍼포먼스이기도 하다

아로니아 가지는 일반 가위만으로도 싹둑싹둑 잘라진다
헝클어진 더부룩한 머리칼을 가위로 손질하니 통풍과 채광이 잘 되는 것이다
가지치기를 하는 나는 수목의 주치의요 미용사다
수목의 본래 성질을 잘 알고 최대한 건강하고 퐝성한 결실을 맺게 성의를 다한다
반나절의 작업 내내 음악을 들으며 일에 몰두한다

일을 마치고 친구에게 메세지를 보낸다
"자네 밭에 누가 일을 하던데....가리올에 사는 친구 같기도 하구만"
익살과 능청을 떨며 개그를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