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창 밖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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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2021. 7. 8.

창문 너머 단풍나무 잎사귀 끝에 매달린 빗방울, 낙하 직전이다 동그랗게 몸을 말아 서로를 끌어당기며 한 방울로 결속한다 두려움도 절박감도 미련도 있을리 없이 때가 되면 낙하할 것이다 물방울의 해맑고 투명한 모습이 아름답고 장엄하기도 하다
참새 한 마리가 젖은 날개로 가지에 머물자 새의 무게만큼 가지는 쳐지며 물방울들이 황급히 손을 놓고 우루루 떨어진다
장마가 시작되자 열혈처럼 이글거리던 태양이 먹구름 뒤편으로 피신한다
물의 기세에 한두 걸음 뒤로 물러선다고 불의 뜨거운 본성을 잃지 않을 것이라며 우유자적하다 미풍이 건듯 불자 이에 호응하는 잔가지들과 잎들은 가식없는 진실함이다
잎 끝에는 또 다른 물방울이 매달리며 무한한 반복을 거듭한다

「일 없다」
어느 선어가 뇌리를 스쳐간다
오늘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없어 텅 빈 마음에 담기는 풍경이다
창 밖의 한참 응시하며 한가로운 마음에 사유의 바람이 불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