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수목을 정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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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2021. 7. 10.




뜰의 수목들을 정지(整枝)한다
꽝꽝나무,주목, 개나리, 영산홍,사사,쥐똥나무,소나무,서양측백나무들이 이발사 앞에 고분고분한 아이처럼 가위질을 받는다

장마철이라 수목들이 기세 넘치게 자라 제 영역을 확장하니 뜰의 빈 공간이 줄어들어 답답한 느낌을 주게 된다

수목들을 자연 상태로 자라게 두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견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한정된 규모의 공간에 많은 수목들을 배치하려다 보니 나무의 수형을 축소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가지가 횡으로 뻗어나가면 다른 나뭇가지와 맞닿게 되어 엉키고 어수선해지면 결국 햇빛을 잘못 반ㄷ고 통풍이 안되어 생육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이다
나무 간격이 좁으면 광합성 작용을 하기 위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여 줄기가 위로 뻗치며 키다리가 될 수 밖에 없다

전정을 몇 해 하다보니 나름대로 정지하는 요령과 숙련도만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정지의 즐거움이 배가된다
이 작업은 고역이 아니라 자연과의 친밀한 스킨십으로 이루어내는 교감과 동화의 기쁨이 수반되는 즐거움이라는 것이다

공원에 가면 단정하게 치장한 수목류들이 관람객에게 제공하는 눈맛과는 차원이 다른 기쁨을 준다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결정체이자 수고와 희생의 보상이 주는 뿌듯한 만족감과 애착감이 솔솔 배어나온다

이런 즐거움을 타인의 용역으로 해결하는 사례를 나는 매우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럴 이유를 몰라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 이런 스스로의 수고로움이 가져다 주는 삶의 기쁨으로 가치의 지평을 넓혀보라는 권유인 것이다

양손으로 자르는 큰 정지 가위와 작은 전정가위를 들고 어수선하게 자란 나무의 잔가지들을 자르고 그르며 아름다운 수형으로 만들어 간다
정지 작업을 하다보면 미적 원리를 스스로 체험하는 기회가 된다
쭈삣쭈삣 솟아난 것은 고른다 그론다는 것은 개별적인 특징보다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는 것이다
상하좌우의 비례미는 정지의 가장 기본이다
인체처럼 좌우의 대칭을 이루는 것이 미적 원리에 부합된다
마구 불타는 불꽃 모양에서는 안정감이 없지만 가지 끝에 매달린 물방울의 둥근 모습은 매우 안청적이고 아름답다
주택의 앞쪽에 도로 방향의 울타리 역할을 하는 꽝꽝나무와 주목은 교차해서 심고 물방울형으로 만들어 시선의 안정감을 이끌어낸다

영산홍은 십여 년을 자라니 가지들이 하나의 능선처럼 어우러져 마치 바람결이 흐르듯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다듬고 있다

누운향나무는 잔디 구간을 축소하려고 심은 것인데 아직 미흡한 구석이 많다

그런데 이 뜰은 전문 조경사의 눈으로 보면 어설프고 부족한 면이 많이 보일 것이다
그들은 주로 외형적 결과물로 평가한다
그러나 이 뜰은 어설픈 조경지식과 경험이 일천한 주인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으로 만들어 가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가시적인 성과가 아니라 과정상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뛰어난 조경사가 공짜로 만들어준다고 해도 나는 기꺼이 사양할 것이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