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옥수수 말리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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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2021. 8. 26.

옥수수 낱알이 볕에 마르고 있다
장마에 곰팡이가 슬지 않을까 걱정하다가 볕이 나니 반갑기 그지 없다
오늘 두 번이나 채반을 손으로 저으며 아랫쪽에 눌린 알을 배려한다
옥수수를 완전히 말려야 뻥튀기를 할 수 있다며 나무라듯 주문을 취소 시키던 아저씨의 호통에 머쓱해 하던 일이 생각난다
이번에는 완전 합격하여 뻥튀기에 성공하고 갓 튀긴 옥수수의 고소한 맛을 볼 것이다

가을볕이 옥수수를 말리며 내 목덜미와 주름살 고랑까지 젖고 축축한 곳을 말리고 내 마음 안에 눅눅한 기운까지 말려준다
옥수수를 심고 거두고 채반에서 말리며 햇볕을 기다리고 감사하는 이 산골의 소박한 풍경은 내가 구성하는 세계세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간다
나는 시적 감흥으로 하찮은 일거리를 미화하고 철학적인 사유로 땀의 의미를 부여하고 풍성한 삶의 기쁨을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