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고구마를 캐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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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2021. 10. 16.

네 발 쇠스랑을 뿌리 아래에 찔러 뒤집으며 고구마를 캔다
행여 뿌리를 관통할까봐 가급적 깊게 쇠스랑날을 밀어넣는데……
째그락 째그락
쇠날 끝에 부딪치는 돌부리에 찌르르 진동이 온다

밭은 늘 곱고 부드럽지만은 않다
밭은 뙤약볕에 마르고 수척해지며 장마에 젖어 문드러지고
의외의 복병이 있어 가슴앓이를 하다 굳어진 돌덩이를 품고 있다
살아서 숨쉬며 생명을 품는 대지는 여인이다

흙을 뒤엎어 눌려있던 흙은 겉으로 끌어내고 겉흙과 자리를 바꾸어준다
기득권을 누리던 자리를 바꾸며 위와 아래가 상응하고 기회를 균등히 하여 건강한 임부가 되라고 한다
매년 돌을 캐내는데도 올해도 적잖은 돌멩이들을 캐낸다

근년에 작고하신 어머니가 떠오른다
어머니는 돌밭이었어
가난과 운명의 질곡이 차갑고 단단한 돌멩이가 되어 가슴을 짓눌렀다
자식을 몇이나 가슴에 묻었으니 그 무엇으로 캐낼 수 있었으랴
나는 그 밭에 깊게 박힌 돌멩이었지

이제는 돌멩이를 품지 말라고 이제는 인연의 사슬에서 해방되어 천상복락을 누리시라고 나직히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