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황석산성 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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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2021. 10. 18.




친구들과 함께 함양의 황석산 산행을 한다 나는 두번 째 산행이다
이번 산행에는 정유재란 황석산전투를 오랫동안 연구한 향토사학자인 박선호(예비역중령)님이 동행하여 해설을 해준다
이 분은 「황석산성과 임진대전쟁」이란 저서를 출판하신 열정적 애국심을 가진 분인데 황석산 전투가 과소 평가되고 있는 현상을 개탄하며 잊혀지는 역사에 대한 무지를 안타까워 하신다

왜군들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선택한 황석산의 자연적 요새는 직접 가 본이들이 잘 안다 가파른 경사와 바위 절벽은 아래에서 오르며 공격하는 측보다는 먼저 상부에서 방어하기에 유리한 조건이다
칠십이 지난 연세에 이 험준한 산을 오르느라 수십 걸음에 한 번은 멈춰서서 숨을 고르며 남문까지 동행해 주신다 아무리 숨이 가파도 저평가되고 잊혀져가는 역사에 관심을 가진 향토민이 있어 체력 한계를 극복하신 것이다

이 분과 전화로 소통하며 자료를 보낸 적이 있는데 직접 상면은 처음이다
이런 인연의 끈을 이어주는 계기는 424년 전의 비극적인 참사이자 황석산 전투이며 내 주관적이고 결정적인 계기는 황암사 별묘에 배향된 유명개 의사와 정용의사로 인한 것이다

박선생님은 이 전투를 연구하면서 지방의 사족이자 상0만사 재력가였던 유명개 의사의 총체적 인간됨을 많이 언급하신다
많은 재산을 내놓고 의병을 규합하는 애국심과 그 바탕에 있는 선비정신 그리고 전략전술가로서의 비범함, 비록 문인이었으나 극한 상황에서 가족의 생명조차 버리며 대의를 위해 순절하는 초인의 의지에 나는 감동한다
인간적 대우를 받지 못하던 당시의 풍토에서 노비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그들과 신분을 떠난 유대와 공감으로 대했다는 말씀을 해주신다

수년 전에 박선생님께 농산세헌이란 문중의 책을 보내기도 했었는데 정용의사 연구에 참고하시라는 의도였었다
황암사는 숙종이 황암사라는 사액을 내려 함양군수 조종도와 안의현감 곽준을 제향하게 했다
그 후 약 40년 후에 황암사 별묘에 정용의사와 유명개의사를 추가로 모시도록 어명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정용의사는 5년 전의 임진왜란 2차전에 진주성에서 최후의 교전에서 순절하여 황석산 전투와는 무관하지만 향인으로 순절한 숭고한 희생과 애국심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박선생님은 유명개 의사 군가를 직접 작사 작곡하여 부르기를 좋아한다
부릅뜬 눈으로 주먹을 위아래로 흔들며 의인에 대한 존경과 찬양을 아끼지 않으신다

산행을 마치고 소회를 밝히는 자리가 있어서 한 마디했다
「내가 만약 이 전투의 지휘부라면 절대절명의 순간이지만 한 사람에게 당시의 정황을 정확히 기록하도록 할 것입니다 싸움에 가담한 사람과 피난 온 사람의 명단이며 후원한 물자와 후원자, 전투의 자세한 과정까지 샅샅이 기록하는 임무를 맡길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죽음으로 각오하고 싸우는 이들에게 알리며 우리의 죽음이 민족의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질 것이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