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강진의 한정식집 남문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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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2021. 11. 10.




위 사진가운데:김희연님
아래사진 좌:남문식당 주인 우:장모님
상:처남

음식은 외부의 대상을 보고 듣고 만지고 사유하는 감각형태와 달리 몸으로 섭취해 에너지원이 되는 필수적인 요소다
음식이 피와 살이 되고 원기가 되고 내 삶이 된다
우리는 즐겁고 기쁜 날에 푸짐하고 맛갈스런 음식을 만들어 여럿이 함께 먹음으로써 유대와 공감의 행복을 누린다

이번 여행은 애초부터 특정한 음식과 식당을 정해놓은 맛집기행이다
외국에서 유학하는 아들이 귀국하면 식빵을 씹으며 오매불망 그리던 한정식을 보상 받으려는 듯 남도 여행길에 올라 들러는 식당이다
예전에는 놋그릇에 차려진 음식들의 품격스런 비쥬얼과 다양한 재료로 만든 풍성함과 향기에 감동하며 수랏상을 대하는 것 같다며 감동하던 기억이 선하다
이번에는 코로나로 몇년 만에 귀국하여 노모를 뵙는 처남과 장모님을 동반하는 1박2일 여행이다

상에 가득 올라온 음식을 보며 한 끼의 먹거리만이 아니라 이 지방을 대표하는 음식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로 받아들인다

농산물과 해산물이 풍부한 천혜적인 땅과 낭만과 여유가 낳은 남도적 기질에서 발달한 상류층의 음식문화를 대중들이 쉽게 향유할 수 있는 계기가 한정식 문화다

자연이 낳고 기른 재료와 탁월한 솜씨와 정성으로 조리한 음식은 천지인의 합작이다
남도의 비옥한 땅과 청정한 바다에서 근면한 사람들에게 베푸는 무한한 선물은 기름지고 싱싱하며 철에 따라 다양하다

방문을 열고 상에 차려진 음식을 접하는 순간 찬탄사들이 툭툭 터진다
평소에 쉽게 접하기 어렵거나 접한다고 해도 한꺼번에 상에 올리기란 어려운 일인데 귀하고 값진 음식들이 모처럼 소박의 절제된 욕망의 허리띠 끈을 푼다
강진의 정식은 역시 해산물이 주를 이룬다
산골에 사는 사람에게는 보리굴비며 홍어, 문어, 전복, 굴, 새우,젓갈 등에 젓가락이 자주 간다
"엄마! 이것 좀 먹어봐요"라며
앞접시에 음식을 담아주는 딸들,
길게 팔을 뻗어 모든 음식을 맛보며, 즐거워 하는 표정에 작은 행복이 스며있다

음식은 몇 시간만에 소화되지만 음식의 추억은 기억 속에 오래오래 저장된다
많은 사람들은 상 위에 오른 음식만을 보지만 나는 그 재료와 조리되는 과정의 배후까지 관심을 가진다
이런 궁금증을 풀어내는 사람이나 과정을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부터 이 음식점에 음식 서빙을 하며 친절한 설명을 해주는 분이 생겼다 스토리텔러라는 용어가 딱 맞는 말이다
솜씨좋은 명인의 따님인데 음식 해설과 안내를 하고 신명이 나면 유창한 화술로 음식 이야기를 풀어내며 이 음식점의 내력이며 가족사까지도 풀어낸다
한정식의 명가로서의 자긍심도 대단하며 손님들의 분위기와 관심도에 따라 스토리텔러가 되는데 일본에서 유학까지 하고 폭넓은 사회활동을 하던 엘리트 여성이다

식사가 끝나고 명인 할머니께 감사 인사를 하며 기념 촬영을 한다
기력이 왕성하셔서 단골 손님들의 내방이 오래오래 유지되기를 바란다

요즘 코로나로 손님들의 발길이 뜸하다고 한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번창하기보다 현상태를 유지하길 바란다
왜냐하면 이 노포의 고품격의 전통이 시장논리에 따라 확장되고 변형되지 않기를 바라는 이기적 욕심 때문이다
할머니의 솜씨와 정성을 계승하고 강진 한정식의 정통과 품격을 이어가는 명가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김희연씨의 스토리텔링이 더욱 당당하고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