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현성산 문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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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2021. 11. 22.



옛 고향 마을인 농산리에서 용문평 너머의 현성산 봉우리 뒷편,어릴 적 늘 바라보던 먼 앞산 너머는  호기심과 동경의 땅이었다

직접 가보지 못하고 듣고 상상하던 땅 지제미!
반세기가 지나 그 향수를 달래려 몇 차례 발걸음을 돌린다
예전에는 여닐곱 가구가 살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두어 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지제미 가는 길목에 있는 거대한 바위 하나, 문바위다
마을을 지키는 문지기이자 수호자로 여기는 것이리라

보통 거대한 바위를 집채만 하다고 하는데 문바위는 아파트 한 동쯤 되는 거대한 풍채를 과시한다
바위 앞에서 나는 더욱 왜소해진다
바위의 틈새에는 촛농 흐른 자리에 간절한 소망과 기구한 사연들이 배어있다
이 거대한 바위의 신령스러움에 의탁해 보려는 소박한 민초들의 소망을 공감한다
바위에는 이곳에서 살며 동고동락하던 이들의 행적을 새기고 있다

나는 바위 앞에서 바위의 장구한 시간의 깊이를 헤아려 보지만 참으로 부질없는 일이다 바위 곁으로 오솔길이 나고 인적이 생겨난 것은 부싯돌의 섬광처럼 순식간에 불과하리라
바람결에 날려오는 솔향기와 계류성에도 무관심으로 일월성신의 조짐마저도 태연히 여기며 존재해 온 바위의 내력을 상상하는 일조차 어렵다

필시 윗쪽에서 굴러온 것일 거라며 어느 시점에 우뢰 같은 소리로 추락했을 거라며 어린애처럼 호기심을 가지기도 한다
햇볕에 타고 비바람에 씻기머 거무튀튀한 바위를 쓰다듬는다
내 발길이 닿고 손길이 닿은 하나의 인연이 생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