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잡담과 호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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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2021. 11. 23.

사람들을 만나면 반갑고 즐거운 시간은 잠깐이다
곧 이어지는 잡담의 시간은 지루하고 식상하여 견디기 힘이 들 때가 잦다
그렇다고 하여 내색을 할 수도 없으니 딱할 노릇이다

잡담은 어떤 사물이나 사태의 본질이나 핵심에서 벗어난 지엽말단이고 주변의 변죽을 울리는 말이다
잡담은 얕고 지속성 없이 부유하는 일시적이고 즉흥적인 이야기다  항간에 오가는 자질부레한 이야기들이다
타인이나 사태에 대한 애정어린 깊은 이해와 책임이 아니라 속된 이야기들이다

잡담을 생산하는 동력은 호기심이다
세상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바람판이다 현대판 바람은 골짜기에서 부는 바람이 아니라 전파를 타고 천리마처럼 달린다
발 없는 바람이 온갖 소문들을 몰고 다닌다

그런 바람결에 편승해야 변방으로 밀려나지 않고 주류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학산된다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연신 깜박이고 고개를 사방으로 돌리며 촉수를 더듬거리며 정보를 입수한다
관심과 흥미는 온통 밖으로 향한다 바깥은 소란하여 주의를 끈다 재미있는 구경거리들, 별의별 먹거리들, 난생처음 보는 풍경들, 희한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삶의 풍경들이 유혹하는 세상이다
정신줄을 내부로 향하게 할 틈을 주지 않는다

호기심은 들뜨고 거품 같아서 한 곳에 차분히 머무르지 않는다 부유하는 욕망을 쫒는 천박한 흐름이다 별스러운 것,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려 한다
한 가지에 오래 머물지 않는 작은 새처럼 연신 고개를 돌려 다른 가지로 떠날 준비를 한다

잡담과 호기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삶의 본질이나 어떤 사태의 중심에서 멀어진다
능수능란하게 말을 하면서 정작 자신의 말을 잃어버리고 남의 말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