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망치질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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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목공방 - 나무둥치

2021. 11. 28.


오늘도 온종일 나무 작업을 한다
뿌리가 산발한 채 흙과 돌을에 품은 저 큰 덩어리 앞에서 쉴 새 없이 일하는 가리올 영감은 놀이에 빠진 아이처럼 열심이다

이보오!
그게 뭐라고 그리도 열중이다오?
온종일 해봤자 그게 그것인데 막막하고 지루하지도 않으시나요?
대체 언제나 완성하려는 것이오?

하하 지루하고 힘들면 이게 뭐 대수라고 이러겠소
나는 완성이라는 목표보다는 이 과정을 여러 단계로 분할하고 높은 기준을 두지도 않지요 내가 생업으로 하는 프로들의 기준에 맞추기보다는 풋풋한 개성이랄까 서투른 신선함을 풍기고 싶답니다

빨리 이 단계를 완료하고 다음 단계로 가야한다는 압박감이 없기에 시행착오에도 실망하지 않고 작은 성과에도 스스로를 칭찬하며 만족하지요

내 좋아서 하는 일이라 무슨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라오
그저 마음이 동하는대로 할 따름이라오
나는 어떤 멋진 완성품에 집착하는 것도 아니지요
그저 이 순간의 내 욕망에 순순히 따르는 것이지요
공방에는 미완성으로 남은 것들이 더러 있지요

언제까지 끝을 내겠다는 마음을 가지면 자유를 잃고 속박 당하게 되지요
사람들은 대개 완성품을 최종 목적이라고 여기는 것을 잘 알지요
그러나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오
완성품은 이미 내 의지나 노력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죽은 것과 마찬가지랍니다

수많은 망치질 사이에서 스쳐가는 의식들, 내 안의 타자들과의 대화를 주저리주저리 모아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