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톱날을 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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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2021. 11. 29.

톱날을 연마한다
이 조그만 톱은 전원생활에서 요긴하게 쓸모가 많지만 효율성이 큰 전기톱이나 엔진톱에 밀려난 뒷방 신세다

「네 비록 왜소하고 미력하지만 틈새시장에서 꿋꿋이 버티니 장하기도 하구나」

째그락 째그락
줄이 톱날을 쓸고 세우는 소리는 쇠붙이끼리 마찰하는 불유쾌한 소음이다
강성의 줄이 연성의 톱을 제압하며 쇳가루가 떨어지고 무딘 톱날이 하얗게 반짝거리며  예리해진다  자세히 보면 줄에도 사선으로 미세한 홈이 있어 쇠를 쓸어낸다
홈은 비어있는 공간이다 강한 쇠와 빈 공간이 물체를 자를 수 있다 톱날의 예리한 꼭지점은 빈 공간이 만들어 낸 것이다

하나의 톱날은 위가 뾰죽한 삼각형이고 양 옆이 한 방향으로 날을 세우고 바로 옆의 톱날은 방향이 역으로 날이 서 있다
한 눈을 지긋이 감고 톱날의 양끝을 보면 V자로 홈이 나 있으니 재미있고 신기하다

날을 잘 쓸자면 줄과 날의 마찰면이 정확히 일치되어야 한다는 원리를 생각하며 집중한다
숨을 쉬고 잡념이 수없이  발동하는 사람이 톱과 줄을 쥐고 각도에 맞게 힘을 가하는 이 작업은 섬세한 집중과 인내를 요구한다

<그 까짓 것 돈 몇 푼한다고...> 작은 톱 하나 몇 번 사용하다가 버리고 새로 구입하는 사람들은 이런 내 장황설을 허황한 수다 쯤으로 여길 일이다

하하
그러나 더 성능 좋은 톱을 살수는 있지만 다리에 톱을 끼우고 손에 줄을 쥐고 톱을 쓸며 한 곳에 집중하는 심신의 노고가 제공하는 보람을 맛보지는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