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밭을 일구며

댓글 0

전원생활의 즐거움

2022. 5. 8.


요며칠 밭을 일군다
100평 정도나 될까
남들은 요정도 면적이라면 관리기의 일로 여기겠지만 나는 아직 근육의 일로 여긴다
네 발 달린 쇠스랑으로 땅을 뒤엎는 일이 생산의 여신에게 바치는 봉헌의 의례와 같다
쇠스랑을 놓고 여러 번 밟아서 땅속 깊이 찔러넣고는 양손으로 지렛대질처럼 젖힌다
주변에 균열이 생기고 요동치며 상하좌우가 뒤바뀐다
생산의 원동력은 변화와 혁신에 있음을 무수한 반복적 노동을 통해 깨닫는다
기존의 구조만으로는 생산성이 떨어지니 땅을 뒤엎으라는 것이다
메말라 파삭파삭한 흙과 수분을 머금은 흙이 뒤섞이며 땅은 새로운 기운으로 충전된다
이질적인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상생의 기초다
햇빛을 누렸던 지상의 흙과 그러지 못했던 지하의 흙이 처지가 바뀐다
무사안일하지 않고 낙심하지 않는 혁신의 계기가 된다

이 척박한 밭에서는 캐도 캐도 수없이 돌이 나온다
째그락 째그락
쇠스랑 끝에 걸리는 돌이 파헤치며 허리를 굽혀 골라내고 밖으로 던진다
무수히 허리 굽혀 토지의 여신에게 절한다
돌을 추려내며 부드러워진 흙의 가슴을 매만지며 향기를 맡는다
역시 곱고 부드러운 것만이 생명을 품는구나
역시 향기를 품는 것이 생명을 품는구나
세상의 어머니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