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쪽파씨를 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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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2022. 5. 24.

쪽파씨를 갈무리한다
한 달 전에 꽃대가 올라오고 잎줄기가 비실비실 마르며 쓰러지는 때에 캔 쪽파씨를 그늘에 말려두었다가 이제 손질한다
지난 해에 늦여름에 친구가 가져다 준 쪽파씨를 심고 가꾸어 틈틈이 뽑아먹었는데 쪽파의 세대 교체 시기가 된 것이다

가위로 마른 줄기를 자르며 바싹 마른 실뿌리를 만져보며 풍성한 사유에 잠긴다
시장에서 사고 파는 문제가 아니라 더 높은 생산성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한 음식의 재료로 사유하는 것이 아니다
세대교체라는 막중한 대업의 과정을 음미하고 깨닫는 것이다

여러 해동안 밭에 파를 심었지만 이번처럼 파의 번식에 대해 깊이 생각해 적이 없었다

5월이 되니 잎줄기가가 마르고 쓰러지고 꽃대가 올라오는 이런 과정들이 파씨에 내재된 프로그램인 것이다 그 시기와 온도는 지역별로 다를 수 있으며 조금씩 차이가 있을 것이다
파는 다음 세대를 위해서 종의 특성이 내장된 신비의 파일을 씨앗으로 전한다
아무리 여건이 달라도 변할 수 없는 고유한 특성을 잃지 않는다

곰과 달리 쪽파는 여름잠을 자는구나 시원한 그늘에서 두세 달 휴면하다가 새 잎 새 줄기를 내며 세대를 전승할 것이다
이런 쪽파씨를 갈무리하는 내 손길과 내 마음이 기쁘고 성스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