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작약 - 뜰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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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2022. 5. 25.



오월의 기운이 무르익어가는 뜰의 앞쪽 한 켠에 내 시선을 확 끄는 꽃이 피고있다
작약!
분홍 꽃받침이 가장자리를 장식하고 안쪽에는 하얀 꽃잎들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복주머니처럼 풍성하고 현란한 꽃이 이 뜰을 영화롭게 만든다
화려한 비단옷을 입은 절세 가인이 여기에 오셨구나
유혹의 눈길을 보내며 나를 새 희망으로 가슴 설레게 하는구나
작약은 뭇꽃들의 부러움과 질시를 받지만 우쭐대지 않으며 때가 되면 그 풍성한 잎을 떨구고 찬란한 색을 허물지
그 옆에 있는 미스김라일락도 무늬둥글레도 삼색조팝도 그 화려함을 부러운듯 바라보고 있다

언뜻 연상되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예전에 마을의 축제인 풍물패들의 고깔에 이런 꽃이 피었겠구나
온갖 세파의 시름을 잊고 즐거움을 누려보자며 신명을 돋우는 풍물패들의 모자가 되었던 꽃이구나

또 하나의 이미지
예전에 상여를 타고 장송가를 들으며 너울너울 황천길을 가던 상여에 이런 꽃이 피었었지
마지막 길이나마 복되고 영화를 누려보라고 작약이 위로해 주었구나
그 길은 슬픔의 길이 아니라 슬픔에서 해방되는 길이라며 사자를 보듬어주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