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진순이와의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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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2010. 11. 3.

                                          진순이

 

          나는 문 안에서 그윽한 눈으로 너를 바라보고

너는 문 밖에서 기대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우리 사이엔 미닫이 문턱이 막고 있다

 

너를 가장 너답게 하기 위한 선

네가 철든 후 한 번도 넘지 않았던 선

너와 나의 운명이 정한 경계선

밤마다 우리는 다른 쪽에서 잔다

 

 

네 땅에서 난 행복했다

 

         고라니 쫓는 네 눈동자

         진도의 전설을 듣는 네 귀

         싱그런 풀 냄새 배인 네 등

 

         이제 나는 내 땅으로 가야 한다

 

         도시의 아파트 숲

         별도 빛을 잃은 밤하늘

         네가 도저히 살 수 없는 곳

 

         네 땅과 내 땅의 갈림길에서

         나는 젖은 눈으로 너를 바라보고

         너는 알쏭달쏭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우리 사이엔

         미닫이 문보다

         더 가혹한 운명의 문이

         절벽처럼 버티고 섰다.

 

 

                                                                               

영덕학생야영장에 2년간 근무할 때

진돗개 한 마리와 같이 살았다.

동물과 교감하다 생긴 아픔을 달래는 글이다.

 

 

야영 시즌 중에 야외프로그램 시간이 되면

아이들과 함께 하이킹 준비를 하며 동행하던 녀석

 야간 산책 중 하천변 갈대밭에 들리는 

고라니 소리에 미친듯 추적하던 녀석이었는데

   

 포항시로 인사 발령이 나서

내가 남을 수도 없고

데리고 갈수도 없는  현실 앞에서

인연을 끊어야하는  아픔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