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31 2021년 08월

31

청곡의 글방 비 줄줄 내리고

우산을 받쳐주다가 발생한 논란을 보며 빙그레 웃는 중에 불현듯 시 한 편이 연상된다 위선환 시인의 「우중」이란 시다 그 분의 다감한 눈길과 정다운 육성이 생생하다 시 전문을 옮겨본다 비 줄줄 내리고 나는 어깨를 기울여서 키 낮은 동행에게 가려주고, 동행의 반쪽이 비에서 가려지고 비 가려주려 기울인 어깨와 아래쪽은 비 젖지 않는다고 정의하고, 나의 기운 어깨와 아래로 반쪽은 비 젖지 않고 비 가려진 동행의 반쪽과 비 젖지 않는 나의 반쪽이 다붙어서 비 내려도 비 젖지 않는 한쪽이 되고 나와 동행의 합해서 한쪽이 못 된 반쪽씩은 서로 떨어져 있으므로, 떨어져 있어서 서로 먼 반쪽씩이 각각 비 젖고 있으므로 나는 팔을 둘러 척척하게 젖은 동행의 저어쪽 어깨를, 동행은 팔을 둘러 빗물 흘러서 도랑 파이는 내 이..

30 2021년 08월

30

29 2021년 08월

29

청곡의 글방 고사관수도

강희안의 고사관수도를 감상한다 덩굴이 내려온 절벽 ,녹음이 우거져 약간 어두운듯한데 선비 하나가 흐르는 물을 바라본다 가슴을 바위에 대고 있어 자연에 동화되어 스스럼 없이 친밀한 느낌을 준다 선비의 단정함이나 호연지기의 기상보다 자연의 품에 안겨 관조의 든 모습이라 보는 이들마저도 편안하고 아늑하다 홀로 있으니 삼매경에 드는데 방해 받을 일도 없다 물을 바라보니 무슨 근심이 있을까? 그저 순리에 몸을 맡겨 깊은데서는 머무르며 느려지고 얕은데서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원기왕성하고 가로막는 것은 대항하지 않고 돌아가고 갈림길에서는 서로 손을 놓고 ……. 인자요수라 !인자 요수라! 저 무심히 흐르는 물이야 말로 실로 심원한 이치를 보여주는구나 맑고 깨끗한 마음의 본성을 깨달아 세상만사를 물 흐르는대로 살아가며 면..

27 2021년 08월

27

청곡의 글방 수승대 돌거북

수승대에는 돌거북이 곳곳에 있다 구연에 발을 담그는듯한 거대한 거북이 자연의 선물이라면 서원 마당에서 비석을 짊어진 돌거북들은 인공으로 선현들을 추모하는 유적이다 국민학교 소풍을 갔을 때 내게 행운을 준 것은 그 중 제일 큰 돌거북이었다 보물찾기에서 그 콧구멍 안에 하얗게 말린 종이 보물이 숨겨져 있어 짜릿한 흥분이 일던 추억이 있다 이 돌거북은 커다란 비석을 짊어지고 있다 크게 음각된 선명한 글자 「산고수장」 성현의 인품이 산처럼 높고 물처럼 유구하다는 후세인들의 지극한 존경심의 발로다 수승대 근처의 황산 마을에 처음으로 입향한 분이 요수 선생이라 그 분의 후손들과 후학들이 세운 비석이다 복도 많으신 분이로구나 입향하자마자 이 수려한 풍광을 알아보고 유적을 세우고 학풍을 조성하여 명문대가로 만들고 후학..

27 2021년 08월

27

청곡의 글방 토란 줄기는 마르고

토란 줄기가 볕에 꼬들꼬들 마르는 것을 보며 풍성하고 낭만적인 감성에 젖는다 장마가 끝나고 늦은 여름의 따가운 볕이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파라솔처럼 진한 녹색의 잎을 펼치며 촉촉한 땅에서 하루가 다르게 키를 키우고 새 줄기에 작은 잎을 피워내던 너는 내 벗이고 살아있는 예술품이지 물을 좋아하는 너를 향한 내 사랑으로 양팔 근육이 팽팽해지는 물통을 들고 매일 매일 네 잎사이로 흥건히 뿌려주었지 이제 온 몸이 파삭파삭해질 때까지 물기를 말리며 내 먹거리가 되어주려 하는구나 나는 내가 구성하는 세계 안에서 살아간다(세계-내-존재) 토란 밭은 내가 만들어가는 자연으로서의 세계이며 노동을 하며 의미를 부여하고 보람과 기쁨을 맛보며 현상학적인 세계를 구성하기도 한다 요즘 후설의 현상학에 조금씩 눈이 뜨여지니 ..

26 2021년 08월

26

전원생활의 즐거움 옥수수 말리는 날

옥수수 낱알이 볕에 마르고 있다 장마에 곰팡이가 슬지 않을까 걱정하다가 볕이 나니 반갑기 그지 없다 오늘 두 번이나 채반을 손으로 저으며 아랫쪽에 눌린 알을 배려한다 옥수수를 완전히 말려야 뻥튀기를 할 수 있다며 나무라듯 주문을 취소 시키던 아저씨의 호통에 머쓱해 하던 일이 생각난다 이번에는 완전 합격하여 뻥튀기에 성공하고 갓 튀긴 옥수수의 고소한 맛을 볼 것이다 가을볕이 옥수수를 말리며 내 목덜미와 주름살 고랑까지 젖고 축축한 곳을 말리고 내 마음 안에 눅눅한 기운까지 말려준다 옥수수를 심고 거두고 채반에서 말리며 햇볕을 기다리고 감사하는 이 산골의 소박한 풍경은 내가 구성하는 세계세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간다 나는 시적 감흥으로 하찮은 일거리를 미화하고 철학적인 사유로 땀의 의미를 부여하고 풍성한 삶의..

25 2021년 08월

25

청곡의 글방 아프가니스탄 난민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카불공항으로 몰려와 생존을 위한 대탈주가 온 세계인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온다 어떤 비극적 영화보다 영화다운 이 현실 앞에 이성의 시대니, 문명의 진보니 , 자유와 평화의 이상 구현이라는 유토피아의 구호가 허망하게 들린다 난민들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달랑 손가방 하나를 들고가는 무력함보다 당장 떠나야하는 절박감과 무장군인들의 위협과 공포는 오히려 견딜만할지 모른다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한 시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운명 앞에 선 불안감, 사랑하는 가족과 생이별을 하는 일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일 것이다 인도적으로 난민을 받을 것인가, 국내 현실을 감안해 단호하게 거부할 것인가가 잠시 논란이 있었지만 수백명의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니 안도하며 지켜본다 우리도 이제 우리의 국가..

25 2021년 08월

25

사랑방 담화 조선판스타

세계적인 우리의 팝스타 BTS가 빌보드 핫100에서 7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단다 중국의 고기록에 동이족을 음주 가무를 즐기는 민족이라더니 과연 춤추고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민족이다 감염병으로 온 세상이 거리두기를 하며 실의에 잠길 때 트롯 열풍으로 위안과 새 희망을 주고 있다 이에 고무된 가요계의 새로운 기획으로 조선판스타가 인기리에 방영된다 우리 대중문화의 인프라와 기획, 창작 능력이 세계를 선도하니 뿌듯하고 경이롭다 조선판스타는 국악의 무한한 변화 가능성에 대한 도전이요 탐색이다 국악만이 지닌 고유한 특장을 보존하는 국수주의적 입장에서 보면 황당무계하고 발칙한 일이다 순수한 전통이 잡된 것들과 섞인다는 것을 선뜻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갓을 쓰고 양춤을 추는 격이라며 비아냥거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