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24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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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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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으름

주택의 울타리에서 으름 몇 개를 따온다 그냥 꽃과 향기가 좋아 심어두고 보라색 꽃이 철망 울타리에 올망졸망 핀 모습을 즐기던 덩굴이다 올해 처음으로 딴 것이라 기쁨이 크다 으름 두꺼운 껍질이 떠억 벌어져 흰 과육이 탐스럽다 귀한 과실인데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겨있어 호감 가득히 맛을 본다 으름은 씨가 많다 씨를 입 안에서 오물조물거리며 가려내고 나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과육은 적다 당도가 그리 높지도 않다 배어나오는 엷은 미소…… 하하 이러니 바나나에 적수가 못되지 자잘하고 새까만 씨가 이리도 많은 걸 보면 으름은 제 유전자를 후세에 전하려는 욕망이 강하다 사람의 기호에 맞추기보다는 제 고유한 특성을 고수하는 고집쟁이다

19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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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소리꾼 왕기석

왕기석의 사철가를 여러 번 들으며 뜰을 산책한다 사철가는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하며 무정한 세월에 덧없는 삶을 한탄하는 노래다 이 가사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이 없는 것은 모든 인간의 숙명적 유한성 때문이다 그래 그래 나도 이제 낙목한천이 되어가는구나 남원의 국악원에서 두어 달에 한 번은 공연을 관람하는데 이 명창의 사철단가를 들은 적이 있다 공연 직전 복도에서 미소로 목례를 하는 따뜻한 심성을 보고 국악원장으로서가 아니라 소릿꾼으로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언젠가 창현 선생의 개인전에서 식전 행사로 사철단가를 부르는 것을 보며 그의 팬이 되었다 그의 소리에서는 세상의 온갖 고초를 겪은 민중들의 즐풍목우의 한이 스며나온다 또한 소릿꾼의 흥을 청중들에게 전달하니 내 어깨가 들썩거리고 얼씨구나 좋다는 추임새가 나온..

17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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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좌광우도의 교훈

광어(廣魚)는 넓은 몸통을 가진 고기라 넙치라고도 불린다 그런데 생김새가 유사한 광어와 도다리를 식별하는 기준이 좌광우도라는 것이다 실소를 금치 못한다 생선을 마주 보는 사람의 편에서 그렇다는 것인데 이것이 우스운 것이다 생선 자체의 방향에서 판단을 해야 옳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좌광우도에는 편견이나 함정의 오류를 범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둘을 구별하는 기준으로 광어는 큰 이빨이 줄지어 있다는 특징 즉 내재된 본질로 구분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도 우파니 좌파니 하며 편을 가르고 서로 논쟁하며 갈등을 한다 하늘을 나는 새들의 날개는 결코 한 쪽으로 쏠림이 없다 광어와 도다리가 눈이 한 쪽으로 쏠린 것 같지만 그건 바라보는 사람의 편견일 뿐이다 몸이 넓적하여 한 면을 바닥에 대고 사는 고기들의 입장..

17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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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바둑을 관전하며

두 고수가 바둑을 두며 세계 제일을 다툰다 바둑 애호가로서 이런 명국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일찌기 바둑을 배워둔 노력에 대한 보상이며 정신능력을 고양시키는 품격있는 취미이기도 하다 머리칼을 빙빙 꼬아가며 두뇌에 자극을 주거나 반상에 집중하며 예상도를 수없이 두뇌에 그렸다 지우며 최선의 선택을 고뇌하거나 빠르고 정확하게 판세를 분석하여 계가를 하는 천재들이다 인공지능이 표방하는 목적이 바둑의 완벽함 즉 바둑의 신이라면 이 천재 기사들은 차츰 신의 지위에 접근하려 진화를 거듭한다 바둑을 스포츠의 범주에 넣는 것은 승패 구조와 강한 승부 의식 때문이다 삶과 죽음을 놀이화하고 있다 19로의 반상은 두 세력이 싸우는 전장이다 포석은 이 한정된 유한 세계에서 서로의 욕망을 충족하는 과정이며 욕망의 충돌은 피할 수..

17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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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큰 바람이 불어온다는데

큰 바람이 북상한다는 전갈인데 창문 밖의 단풍나무는 잎사귀 한 장도 미동이 없다 이 산골에 간간히 불던 미풍들이 바짝 움츠러들어 숨을 죽이고 있다 천지를 뒤흔들 거사 전의 태연자약함에 긴장감이 응축되어 있다 천지는 살아서 숨을 쉰다 들숨과 날숨을 쉬며 그 기운이 생성하고 소멸하며 천변만화한다 평상은 느긋하고 안온하고 태평스럽지만 비상은 급하고 위태롭다 살아있음은 꿈틀거리며 생성하고 다양하게 변화하는 것이다 정지된 것들은 움직이고 조용한 것들은 소란해지고 느린 것들은 빨라지고 머무르는 것들은 떠나려하는 것이다

17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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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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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목공방 - 나무둥치 도마를 만들며

나무 도마를 6개 만든다 느티나무 제재해 둔 것이 넉넉해서 나무 제재에 도움을 준 이들에게 선물하려는 것이다 도마는 식도와 상호 보완이 되는 주방의 필수품이다 주부들의 조리 과정에서 한 시도 빠질 수 없는 도마는 주방의 숨은 공로자다 또한 도마는 예리한 칼질을 온 몸으로 받아야 하니 제 몸이 패이는 헌신자이기도 하다 게다가 청결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기도 한다 이런 막중한 역할을 하는 도마를 시장에서 구입하다 보니 그 소중함을 망각하기 일쑤다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는 사람은 도마의 소중한 가치며 노작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다 도마의 면을 매끈하게 다듬기 위해 집중력을 잃지않는 많은 연마 과정이 필요하다 처음 시작할 때는 제재소 톱날 자국이 있는 표면이 갓난아기의 보드라운 얼굴처럼 매끈해질 때 까지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