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30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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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손의 현상학

손수레에 가득한 토란대 껍질을 며칠동안에 벗기고 햇볕에 말린다 이 일은 노동 가치가 보잘 것 없는데다 끈기를 요구하는 귀찮은 일로 여기는 생각에서 벗어나니 즐거운 일로 변한다 토란대 껍질을 벗기며 손이 검붉게 물들었다 처음에는 장갑을 끼고 일을 했지만 이제는 맨 손으로 한다 맨 손이라야 껍질을 벗기는 미세한 감촉을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닫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일을 하며 일상의 소박한 자연적인 태도를 취한다 토란은 어떻게 재배하는지, 토란대는 어떤 음식의 재료로 좋은지, 어던 영양가가 있는지, 시장 가격이 어떤지, 어떻게 까는 것이 능률적인지 누구에게 나누어 줄 것인지 등에 대해 소박한 관심을 가지고 대한다 이런 자연적인 태도에서 질적인 변화를 해보면 어떨까? 토란을 지극한 공경..

30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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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계곡 산책

계곡의 천변로를 따라 걷는다 날씨가 시원해져서 기분은 상쾌하고 걸음걸이에 탄력이 붙고 온 몸에서 신명이 난다 혼자서 두어 시간을 걸으면 많은 상념들이 의식에 떠오르다 사라진다 그 중에서도 가징 빈번하게 감관을 자극하는 것은 쉼없이 흐르는 계류와 계류성, 수많은 바위들 우뚝 선 산과 수목들이다 이 길은 단순히 운동 코스만은 아니다 사유의 길이다 늘 같은 풍경이지만 의식의 불빛을 밝허서 보면 늘 새롭고 신기하다 오늘 흐르는 물은 그제와 다르다 안색이 다르고 기세가 다르다 쳐진 어깨로 묵묵히 버티던 바위에 화색이 돌고 생기가 배어나온다 나는 이 풍경들을 지극히 공경한다 이 땅에 살았던 향토의 선인들의 발자취와 숨결이 배인 삶의 터전을 옷깃을 여미는 마음으로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