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12 2021년 10월

12

청곡의 글방 봉선화 앞에서

봉선화 앞에 앉아있다 일부러 심은 것도 아닌데 드문드문 자라고 있다 특별히 화려한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지만 매우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국인들의 동심의 뜰에서 동요를 양분으로 자라는 꽃이다 연분홍 잎사귀 몇 장이 암수술 신방을 둘러싸 향기를 발산한다 꽃이 진 자리는 허망하지 않으며 결실을 이룬다 이미 오묘한 합방을 끝낸 줄기의 아랫쪽은 휘장을 걷고 문을 봉한 채 영생의 꿈을 꾸는 중이다 부드럽지만 실하다 절묘한 때를 기다리며 스스로 다짐하고 충실하려는 것이다 다닥다닥 붙은 씨방은 줄기의 발사대에 장착된 자연위성이다 잘 여문 씨앗 한 톨을 감싼 위성 내부에 고조되어 가는 열기로 압력이 충전되는 중이다 미지의 신천지로 떠나기 위한 신비의 여정이 무르익어 가는 중이다

댓글 청곡의 글방 2021. 10.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