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03 2021년 11월

03

사랑방 담화 자본주의의 좀비

부끄럽지만 나는 어느 새 자본주의의 좀비가 되어있다 스스로를 통렬히 비판하는 차원에서 영혼없이 움직이는 좀비란 극한 용어를 사용한다 옷장 안에 입지 않는 수두룩한 옷들이 생생한 증거물이다 신발장에 있는 신발의 용도별 종류만 해도 너댓 종이 넘으니 할 말이 없다 목공방 안에 한두 번 사용한 공구들이 내 변명할 틈을 주지 않는다 딴에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폭로하며 목에 핏대를 올리는 일이 많은데도 나는 자본주의의 유혹에서 나를 지키지 못했다 미국의 헨리 데이빗 소로우와 법정스님을 존경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나지만 자본주의의 야수 앞에서 무기력한 채 항복한 내가 가엽다 백얼등 전구를 헤진 양말 안에 넣고 꿰매던 어린 시절의 추억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가난의 상징으로만 여기는 우리 모두의 소비 풍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