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24 202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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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벗,지인과 함께) 금원산 산행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중이지만 친구들과 금원산 산행을 한다 출발지점이 수망령이라 정상까지 가는 길이 많이 험난하지는 않다 그래도 1300미터가 넘는 높은 산이라 정상에 서기까지는 가파른 숨을 고르며 인내와 분발을 요구한다 등산객들이 애용하는 길이라 오르막길에는 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고 이정표며 다녀간 산악회의 표식이 바람에 펄럭인다 눈이 살포시 내렸지만 걸음을 방해하지는 않고 오히려 운치를 더한다 등산로 곁에는 산죽이 살짝 눈을 맞고 바람에 털어내며 청아한 생동감을 더한다 동갑내기 친구들과의 산행이라 즐거운 대화가 오가고 유쾌한 기분이다 한달에 한 번은 산행을 하자며 댓명이 자연스레 동아리가 되어 서너 차례 산행을 하고 있다 점심으로 한 친구가 준비한 연밥에 모두들 감동한다 이 추위에도 온기를 잃지 않..

21 202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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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차 한 잔 마실 시간

오늘 차 한 잔 마실 시간 있는가 라고 묻는다치면 얼마만큼의 시간일까? 우문현답을 구해본다 이런 시시콜콜한 한담을 즐기는 나는 어지간히도 할 일 없는 사람이다 수십 년 전에만 해도 약속을 할 때 사흘 후에 한 번 보세라던가 아침이나 저녁 때 등으로 시간을 잡는 일이 예사였다 더 오래 전에는 달포 후에 보세라고 하는 일도 예사였을 것이다 오늘날의 우리의 시간 관념으로 볼 때는 이런 관례가 매우 우습기도 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메타 사유의 관점으로 바라보자 차 한 잔 마실 시간을 굳이 정확한 시간의 분량으로 환산해야 하는 것일까? 그 시간은 사람에 따라서 다르고 상황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굳이 계량화한다면 5분도 가능하고 30분도 2시간도 가능하다 차 한 잔 마실 시간을 수치화된 시간으로 ..

19 202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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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컬링 경기를 보며

모든 스톤은 하우스라는 중심부를 향한다 중심에서 가까운 스톤에게만 주어지는 상급을 독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진다 사격이나 양궁은 방아쇠를 당기거나 시위를 놓는 순간까지의 고도의 집중은 마치 선승의 참선이나 완전무결을 향한 구도자를 연상 시킨다 이 경기는 자기만의 과녁이 있어 상대방과 다투지 않으니 신사적인 기록 경기다 동요하는 마음과 제어되지 않는 맥박까지 최선을 다해 집중하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고 총구나 시위를 떠난 후에는 신의 영역에 맡긴다 진인사대천명의 논리다 컬링도 과녁이 있으나 피아간의 공동 과녁이며 스톤의 이동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며 목표지점에 이르게 한다 그리고 8회의 기회를 통해 피아간의 스톤 충돌로 경쟁 상대를 끌어내린다 보다 큰 상급을 얻기 위해 쌍방간에 벌어지는 치열한 교전이..

19 202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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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우수의 사색

사계의 이정표를 24개로 세운 선인들의 지혜를 음미해 본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의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비유법으로 설명하여 만 백성들의 실제 생활에 유용하게 적용되도록 하였으니 놀랍고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우주 자연의 기운과 천태만상의 변화를 어쩌면 저리도 쉽고 재미나게 가르치는지를 젊은 시절에는 둔감하여 깊이있게 깨우치지를 못하며 폄하하기도 했었다 절기를 가리키는 손가락 끝만을 바라본 나머지 단견이나 과학적 오만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입춘을 지나 우수에 이른다 산책길의 하천에는 하얀 얼음이 햇살을 받아 반사 시키며 물살이 약한 곳은 온통 얼음판이고 물살이 센 곳은 얼믐 낀 바위 사이로 부지런히 물이 흐른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고로쇠 나무에 수액을 받으려 나무 등줄기에 물받이를 꽂아놓고 있다 바야흐..

18 202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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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202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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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목공방 - 나무둥치 두번째 느티 뿌리 다듬기

이번 겨울의 두번 째 느티 뿌리 작업을 한다 3년을 야외에서 비를 맞아 삭은 부분이 더러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성한 나무만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갈라지고 썩어가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예쁘게 다듬어서 야외에 두고 수석이나 화분을 올려놓고 싶다 내가 이런 뿌리를 다루는 방식은 간단한 공구로 많은 시간을 들여 자연적 형태를 가급적 살리려고 한다 뿌리 공예를 전문으로 하는 분들이 보면 답답하게 여길 일이지만 나는 이런 방식을 좋아한다 오늘 작업은 긴 드라이브와 야스리와 망치와 손톱 뿐이다 시끄러운 엔진톱으로 잠깐이면 끝낼 일을 손톱으로 하면 심장이 더 뛰고 인내력이 길러지며 만족도가 높아진다 생업으로 일을 하는 사람은 능률을 우선하고 타인의 취향을 우선해야 하지만 나는 시장이라는 트랙에서 ..

12 202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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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목공방 - 나무둥치 미완의 야외용 테이블

흙투성이의 느티 뿌리를 틈틈이 다듬어 20여 미터를 혼자서 옮기는데 혼신의 힘을 쏟는다 궁즉통이라더니 이 무거운 것도 방도가 있는 법이다 한 쪽 가장자리를 약간 들어서 빙빙 돌러가며 옮기니 조금씩 옮겨진다 마침 지인에게 부탁한 톱이 도착한다 그동안 틈틈이 손질하던 느티나무 뿌리 위에 얹을 상판이다 석가공 공장에서 사용하던 직경 1350mm 원형 톱날인데 대구에서 왔단다 돌을 자르던 톱날이 은퇴하여 내 정원의 테이블로 재탄생하려 한다 날카로운 굉음을 견디던 톱날이 이제 고요하고 한가롭다 야외에서 사용할 테이블인데 아직은 미완성이다 아직 원목에 오일스테인을 칠하지 않았고 쇠톱도 녹이 슨 상태다 나무 위에 쇠를 얹으니 이질적 재료의 결합이라 어울림이 부족하다 어떻게 하면 보다 잘 어울릴까? 철판 위에 그림을 ..

11 202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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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목공방 - 나무둥치 느티 뿌리를 손질하며

날씨가 조금 풀려 느티나무 뿌리를 다시 손질한다 뿌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뿌리 사이에 낀 흙이며 돌을 그라인더로 갈고 좁은 틈에는 일자형 드라이브나 야스리로 작업을 한다 이제 많이 매끈해젔다 나무를 다듬다 보면 의식이 자유롭게 흐른다 지하 세계에서 암로를 개척하며 세를 확장하던 나무의 전생을 사유하게 된다 지상의 몸체를 유지하기 위해 지하로 내려간 뿌리는 희생과 헌신을 위한 모성을 지녔다 어둡고 습한 지하 세계에서 양분과 수분의 맥을 찾아나서던 지하의 개척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