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26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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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 영양 선바위 산책

입암면 소재지에서 두어 시간 풍광 좋은 곳을 산책한다 넓은 강폭과 풍부한 수량을 가진 반변천이다 대하무성이라더니 천천히 그리고 묵묵히 흐르는 이곳의 반변천은 대하 장강이다 이곳 풍경의 백미는 강 건너 편에 우뚝 서 있는 선바위와 인공 폭포 그리고 두 하천이 합수되는 툭 트인 전망이다 마치 진주 남강의 촉석루에서 난간에 앉아 바라보는 호쾌한 풍광처럼……. 입암면! 이 고장의 선인들은 이 강의 극적 포인트를 놓치지 않았구나 강 가의 무심한 바위 하나를 내세워 고장의 이름으로 차용하여 인구에 회자되는 뜻깊은 기념을 하게 되었구나 바위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는 인식은 바위의 용맹한 기상을 강조하는 것이라면 바위산의 장구한 침식과 풍화작용에도 굴하지 않고 근골을 잃지 않았다는 인식은 바위의 인고를 찬양하는 것이리라..

21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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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 폭포와 돌탑

누군가 폭포 앞에 작은 돌탑을 쌓았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은 정성된 마음으로 돌을 쌓았다는 것이다 탑은 쌓아서 올리는 구조다 자연상태를 변형한 인공적 구조물인데 상하좌우의 균형과 조화의 미를 만들어낸다 이 즉석 돌탑은 막돌의 무게 중심을 잡느라 숨을 고르며 긴장했을 것이다 우리 한국인들의 심성에는 불성이 잠재되어 있는지 이런 즉석 돌탑을 쌓는 사례가 빈번하다 정성을 다해 탑을 쌓아올림으로써 재미와 성취감을 맛보는데다가 소망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폭포수 한 줄기가 세차게 떨어진다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줄기가 끊어진 육로에서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투신하는 기세와 소음이 세차고 강렬하다 돌탑은 위를 향하고 물줄기는 아래를 향한다 저 돌탑이야 짖궂은 이의 발길질 한 번에도 무너져 내..

17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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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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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 한옥 대청마루에 누워

나는 지금 호사를 누리는 중이다 멋스러운 한옥의 대청 마루에 누워 천정을 바라보며 만족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이전에 한옥의 우수함과 아름다움에 관한 서적을 가까이 한 적이 있어 보면 볼수록 품격에 감동하게 된다 무더운 날씨에 냉방장치가 된 커피숍보다 활개를 펴고 누워 낮잠을 즐긴다 내 집이 아니란 점은 잠시의 호사를 누리는데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이 건축물은 문화재단에서 지은 공공의 건물이라 얼마든지 쉬어갈 수 있으며 아는만큼 누릴 수 있는 미학적 요소가 많은 건축가의 작품이기도 하다 한옥은 우리 민족의 집단적 생활 경험과 기술과 지혜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주택이다 육중안 원목을 사용하여 용도별로 정교하게 다듬고 결구하여 수백 년을 유지하는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품격을 지닌다

19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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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 환상과 현상 사이를 오가며

조금만 이 땅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여기는 전설의 성지다 대지는 용트림을 하며 상하좌우로 굴곡진 성곽에는 날렵한 누각 몇 채가 우뚝 솟아 오르고 용의 비늘 같은 가지런히 돋아난 것 같은 석물의 편린들이 생동하고 깃발 몇 개가 바람결에 나부낀다 용은 지상에서 하늘로 승천을 함으로써 이상계에 도달하려는 인간 이상의 상징이요 전통문화의 중요한 아이콘이다 현실은 늘 불완전하고 모순에 가득 차 있다 그러한 현실을 위안하고 대체할 수 있는 인류의 이상으로써 동양 사상에 오랫동안 뿌리내린 지혜의 집적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 용의 연못(용연) 한 모퉁이에서 오래도록 앉아 있다 둥근 연못의 복판에는 소나무 몇 그루, 연못에는 수많은 연들이 무성히 자라고 고개를 들면 언덕배기에 날렵한 정자 두 채가 날아갈 듯 날렵하다 ..

19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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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 여행 중에

여행 중이다 도심의 건물 한 켠 벤치에 앉아 옥수수 반 개가 아침 요깃감이 된다 굳이 수저로 떠먹는 형식적인 식사가 아니어도 부족하지 않은 자족으로 엷은 미소를 띤다 이런 모습이 궁상으로만 여겨졌던 젊은 시절의 호기로운 욕심이 사라져서 좋다 혼자 있어서 편하고 자유롭다 말이 필요하지 않는 무한의 여백에서 사유는 다듬어지고 깊어진다 동행과 함께 하는 즐거움과 충족감이 싫어서가 아니라 동조와 배려의 벗어나는 홀가분함 때문이다 도시가 본격적으로 깨어나는 아침이다 차량들은 꼬리를 물고 헐레벌떡거리머 앞으로 앞으로 맹렬하게 달린다 행인들은 가야 할 길을 재촉하며 제 발자국을 돌아보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는 한 사람이 경이로운 눈으로 느긋이 앉아 사유에 잠긴다 이 도시에 속하지 않는 외인, 확정된 일상에서 벗어난 자..

13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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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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