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09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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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마법상자

남향 창문 안쪽은 내 시선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곳이다 창 밖과 창 안이 굳이 분리되지 않는 동시적인 풍경이기도 하지만 사유의 맥락상 분리하는 것이다 창문 아래 마법 상자에 온 세상의 풍경들이 원하는대로 선명하게 비친다 동화나 소설 속의 마법 상자가 현실이 되어 모든 이의 안방에 자리 잡은 것이다 이 놀라운 사실을 사람들은 TV라 부르며 당연한 익숙함으로 받아들인다 TV로 인해 내가 혼자 있다고 해서 진정한 혼자가 아니며 산촌이라 해서 진정으로 외로운 것도 아니다 마법 상자를 통해 세상의 소식을 듣고, 세상에 소속하고 참여한다 세상은 수많은 사건들로 와글와글하다 감염병으로 지친 이들을 위로하는 흥겨운 노래들, 사이버 좌판에 유혹의 호객행위, 웰빙과 생명유지를 위한 복음 전파, 웃음과 눈물의 드라마,정치 진..

08 2021년 07월

08

전원생활의 즐거움 창 밖의 풍경

창문 너머 단풍나무 잎사귀 끝에 매달린 빗방울, 낙하 직전이다 동그랗게 몸을 말아 서로를 끌어당기며 한 방울로 결속한다 두려움도 절박감도 미련도 있을리 없이 때가 되면 낙하할 것이다 물방울의 해맑고 투명한 모습이 아름답고 장엄하기도 하다 참새 한 마리가 젖은 날개로 가지에 머물자 새의 무게만큼 가지는 쳐지며 물방울들이 황급히 손을 놓고 우루루 떨어진다 장마가 시작되자 열혈처럼 이글거리던 태양이 먹구름 뒤편으로 피신한다 물의 기세에 한두 걸음 뒤로 물러선다고 불의 뜨거운 본성을 잃지 않을 것이라며 우유자적하다 미풍이 건듯 불자 이에 호응하는 잔가지들과 잎들은 가식없는 진실함이다 잎 끝에는 또 다른 물방울이 매달리며 무한한 반복을 거듭한다 「일 없다」 어느 선어가 뇌리를 스쳐간다 오늘 마땅히 해야 할 일이 ..

27 2021년 06월

27

27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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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블루베리 - 코발트 진주

블루베리를 딴다 이 귀한 선물은 예의 바른 손길로 받아야 한다며 한 알씩 조심스레 받으라 한다 거친 손으로 따다가는 덜 익은 열매를 매단 꼭지 하나를 모두 떨어지게 한다 수확한다고 표현하지 않는 것은 적은 양인데다 거래용이란 뉘앙스가 있어 그냥 딴다고 한다 그리고 투입한 노동에 대한 소출이라는 공학적 뉘앙스가 배어나와서 그냥 한 웅큼 딴다고 한다 핏기없는 해맑은 얼굴이던 열매가 하늘빛을 차곡차곡 받아서 여러 날을 우린 하늘색이다 단 비와 기름진 땅의 기운과 하늘의 볕으로 버무린 맛의 비결은 신비에 가까워 굳이 캐내려 하지 않는다 다만 감탄하며 공손히 받을 분이다 코발트 진주! 선물을 받으며 나도 몰래 터지는 탄성이다 천상의 과원에 내가 있다 한 알 한 알 모으니 됫박에 가득하다 이 귀한 선물을 나눌 이웃..

27 2021년 06월

27

전원생활의 즐거움 돌 한 개를 주워오며

냇가에서 돌 한 개가 눈에 띄어 가져온다 맑은 물이 흐르는 반석 위에서 물살에 말끔히 씻긴 얼굴로 내 눈에 띤 것이다 나는 탐석에 대한 열정이나 수석가의 탁월한 미적 안목을 갖고있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냇가에 나가면 행운을 바라며 돌을 살피기도 한다 돌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돌에서 어떤 이미지를 부여하려고 한다 이 돌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다 그러나 누가 보아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 시큰둥한 며칠이 지나고 마당으로 퇴출 직전에 간신히 하나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하 남이야 뭐라하든 이건 내 권리가 아닌가! 백두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천지다! 옆으로는 봉우리가 높다랗게 둘러싸고 하단에는 천길이 넘는 감청색 호수다 호수에 흰 구름이 둥둥 떠 있다

25 2021년 06월

25

사랑방 담화 6.25를 잊으랴

오늘 제 71주년 6.25 기념식을 관람한다 동족상잔의 상처와 비극을 어루만지고 가다듬어 새로운 미래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아아 칠십 년이 지나는구나 어린 시절의 6월은 전쟁의 분기로 심적 무장을 하는 달이었다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유월 땡볕에 전교생이 모여 교장선생님의 6.25 훈화에 열중 쉬어 자세로 근엄하게 경청하며 6.25 노래로 반공사상을 무장하던 시절이었다 비극을 잊지말고 원수를 갚으리라는 이 가사를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섬뜩하기도 하다 이제 70년이 지나 이 기념식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나는 뙤약볕 아래 군인들처럼 대오를 갖춘 운동장이 아니라 안락의자에 앉아 화면으로 쇼를 보듯 즐긴다 교장선생님 대신에 총리가 나와서 유공자들에게 훈장..

25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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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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