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묵유거(禪墨幽居)

소소한 일상적 삶을 사유의 장독에서 삭혀낸 낭만적인 글과 이야기

11 2021년 05월

11

10 2021년 05월

10

전원생활의 즐거움 자작나무의 멋스러움

새끼 손가락만한 자작나무 다섯그루를 밭가에 심고 10년이 지났다 하도 덩치가 작아 언제쯤이면 풍만한 덩치를 갖출까를 미심쩍게 희망했었다 전원생활의 풍미를 높여줄 나무로서 몇 손가락에 들만큼 자작나무에 대한 좋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자작이라는 수종의 이름이 주는 기품과 영화 속에서 본 자작나무 숲의 환상적 이미지, 천마도의 재료가 되었던 신비함 그리고 미학적인 감성에 어울리는 흰 수피 등이 작용을 했을 것이다 이런 팬덤에 보답이라도 하듯 자작나무가 쑥쑥 자라며 면경처럼 윤이 나는 많은 잎들을 달고 햇빛을 반사시키며 그만은 손들을 흔들어 준다 그리고 하얀 드레스를 입고 독특한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주택에서 20미터는 떨어저 있어서 나무가 하늘 높이 자라도 생활에 폐를 끼치지 않으니 나무의 속성을 잘 알..

10 2021년 05월

10

전원생활의 즐거움 고구마를 심으며

금년에는 고구마를 다섯 단이나 심는다 작년에는 폭우로 인해 고구마 농사를 망치고 시중 가격이 비싸서 농사를 더 짓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겨울철 난로에서 구워낸 군고구마에 대한 환상이 은연중에 작용한 것인지도 모른다 고구마 순을 멀칭한 두둑에 심고 물을 넣어주며 뿌리를 잘 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직 뿌리가 없이 여러 마디에서 잔뿌리를 내겠지만 가뭄을 견디며 소생해야 하는 절대절명의 시험대에 놓여있는 것이다 뿌리를 내릴 때까지 잎이 말라서 타들어가는 것을 보면 애가 탄다 사막을 횡단하는 여행자의 타는 갈증으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런 생사의 기로를 통과하고 살아남는 고구마라 외경스런 마음까지 생긴다

06 2021년 05월

06

전원생활의 즐거움 호밀밭에 바람이 불고

바람이 분다 바람은 매우 가볍고 충동적이다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제 몸을 갖지 않는다 바람은 그저 욕망대로 움직인다 차분하지도 않고 끈기와 참을성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위엄 따위는 아예 찾아볼 수도 없다 바람은 기운이고 기세다 바람은 도미노 게임을 즐기는 유희다 호밀들이 도미노처럼 이리저리 휩쓸리고 있다 가늘고 긴 허리 탓으로 일부는 넘어져 일어나지 못한다 오늘은 바람의 장난기가 심하다 바람은 크고 강한 것보다는 길고 연약한 것들을 데리고 흔들며 제 위력을 행사한다 뒤에 선 바람이 앞에 선 바람을 떠밀자 앞 바람이 쓰러지고 그 바람에 또 앞에 선 바람이 쓰러지고 드디어 호밀의 등을 밀어 쓰러지고 또 다른 호밀이 쓰러진다 그 바람이 마침내 닫힌 문을 통과하여 바라보는 내 앞가슴을 밀어 내가 쓰러진다

06 2021년 05월

06

전원생활의 즐거움 상추밭에서

상추 키가 손톱만큼 자라는 중이다 밭이래봤자 반평도 안되지만 단촐한 식구에게는 과분할만큼이다 보름 전쯤 상추가 씨를 뿌렸는데 머리를 내밀고 올라온 상추가 대견스럽다 그러나 상추와 함께 머리를 내민 풀들이 대지의 공유권을 내세우며 함께 자라고 있다 봄볕은 공평하게 내리쬐는 것이며 대지는 자비로워 차별하지 않는다며 당당히 가슴을 펴고 있다 밀집모자를 쓴 사람 하나가 이어폰을 꽂은 채 이곳저곳을 살피더니 쪼그려 앉아 풀을 뽑는다 상추가 아닌 풀들을 뽑아내는 것은 이 밭을 상추 전용지로 계획하기 때문이다 차별하며 솎아내는데 엄지와 검지가 절묘하게 협력을 한다 작업하는 중장비의 코끼리 집게처럼 강력한 힘으로 머리통을 찝어 올린다 방금 명아주 연약한 풀들이 저항 한 번 못하고 뿌리 채 뽑혀나간다 자연은 간택하지 않..

05 2021년 05월

05

전원생활의 즐거움 해당화는 피어나고

붉은 해당화가 피어나 거친 봄바람에 이리저리 휩쓸린다 자기 방어를 위한 것인지 수많은 잔가시로 무장한 채 외딴 황무지나 돌벼랑에서 살아가는 꽃나무다 내가 말을 걸어본다 붉은 상의가 접혀지고 찢긴 걸 보니 녹록치 않은 현실에 많은 상처를 받았나보구나 사랑하는 이에게서 멸시 받거나 잊혀지는 상처는 더욱 아픈 법이지 오늘따라 바람마저 곱지 못하니 저러다 애써서 피운 꽃잎이 떨어질라 안타깝구나 주택 진입로 한 켠 행랑채에 들여놓고 뜨겁지는 않아도 그럭저럭 십년 이상을 담담한 이웃처럼 정을 주며 소통하였구나 그러나 자꾸만 불어나는 덤불의 부담스러워 전정을 당하니 미안스럽기 그지 없구나 이렇게 왜소한 체구에도 이 좋은 봄날 가장 호시절에 방긋 웃음처럼 꽃을 피우는구나 아아! 바람아 조금이라도 멈추어 주러무나!

04 2021년 05월

04

01 2021년 05월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