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들

푸른들의 삶의 여행

소아과는 많은데… 왜 '노년내과'는 보기 힘들까?

댓글 2

좋은자료모음

2021. 6. 3.

노인 환자들 ‘복합질환’ 관리 필요… 설치 병원 10개 미만

복합질환이 있거나, 노인증후군을 앓고 있는 노인들에겐 '노년내과' 진료가 필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노인들은 한 가지 병을 앓는 게 아닌, 여러 질병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기력이 쇠하고, 피로하지만 특별히 아픈 곳은 없어 참고만 지내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게 바로 '노년내과'다. 아이들이 소아과에 가듯, 노인들도 나이에 맞는 치료를 받기 위해선 노년내과를 찾아야 한다. 인구 고령화 심화로 노년내과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데, 주변에서 노년내과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수익성도 낮은 데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자리 잡기 어려웠던 탓이다. 노인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질병 중심' 치료가 아닌 '동반자적 치료'가 필요해 보인다.

◇노년내과, 질병 아닌 한 명의 '노인'에 집중한다
나이가 들면 당연히 기력이 없고, 노쇠해지는 것은 아니다. 노인을 잘 이해하고 있는 주치의에게 치료받으면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여겼던 증상도 개선할 수 있다. 노년내과는 일반적으로 3개 이상 복합질환을 지닌 65세 이상 환자를 진료한다. 세브란스병원 노인내과 김광준 교수는 "복합질환 없이 특정 장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 명확하다면 해당 분야의 전문의가 진료를 보는 것이 적절하다"며 "꼭 나이가 많지 않아도 복합질환을 가졌거나, 특정 질병이 원인이 아님에도 기능 이상을 호소하거나, 노쇠·노인증후군 등 일반적인 분과 진료가 어려운 경우엔 노년내과에서 진료한다"고 말했다.

만약 노인의 복합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특정 질병'과 '증상 조절'에만 집중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잠시 병은 치료될 수 있지만, 환자의 전반적인 체력이나 몸 상태는 나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 약한 몸에는 병도 쉽게 재발한다. 병이 생겼다 낫기를 계속해서 반복하면서 계속 병원 신세를 지게 되는 굴레에 빠질 수 있다.

노인 당뇨병 환자를 예로 들어보자. 당뇨병 합병증으로 '당뇨병성 신경병증'이 생긴 노인은 위장운동에 필요한 신경조절능력이 떨어지며 소화기능이 저하된다. 이로 인해 영양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혈당관리와 함께 어떻게 소화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지 복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노인 당뇨병 환자에겐 혈당관리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김광준 교수는 "당뇨병 전문의가 혈당 관리를 위한 영양관리 외에 소화기능 회복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결국 환자는 소화기능을 회복하지 못하고 계속 고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노인들은 복합질환으로 인해 여러 개의 약제를 먹는 경우가 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중 다섯 종류 이상의 약물을 먹는 비율은 82.4%에 달한다. 이처럼 한 번에 먹는 복용량이 많으면 약물 부작용이나 약효 저하를 겪을 수 있어 문제다. 먹는 약이 늘어날수록 낙상, 불면증, 섬망, 소변장애 등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년내과 진료를 통해서는 이런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김광준 교수는 "노년내과는 심리적·사회적 부분까지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 효과가 감소하지 않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고령화 시대… 노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약 853만명, 전체 인구(5182만명)의 12%다. 현재의 증가 추세로 볼 때, 20년 후인 2041년에는 노인 인구 비율이 35%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 3명 중 1명은 노인이 된다는 말이다. 이처럼 국내 인구 고령화는 심각한 상태이며, 그만큼 노년내과의 필요성도 증대되고 있지만, 아직 노년내과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김광준 교수는 "현재 노년내과가 설치된 병원은 10개 미만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노인의료를 전담할 의료진이 부족하고,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노인환자 1인당 평균 진료시간은 일반환자의 2배 이상이지만, 진료비는 오히려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분과와의 이해관계가 겹친다는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치매를 가진 폐렴환자라면, 질병 기준으로는 호흡기내과나 신경과를 찾아야 하지만, 노인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노년내과를 찾을 수도 있다. 이렇게 진료과가 겹치는 상황이 다수 발생하다 보니 이 환자를 어디서 봐야 할지에 대해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조정이 제대로 이뤄지기 전에는 병원 내에서 노년내과를 개설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러나 해외 선진국에선 우리보다 앞서 논의가 이뤄지며 노년내과의 규모가 커지는 추세다.

앞으로 노인들이 동반자적 치료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여러 변화가 필요하다. 김광준 교수는 "노년내과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노인 부양에 대한 재원 마련, 요양보험 제도 개편 등 노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며 "이후 노인의학 교육과정·연구·정책 마련, 노인환자 진료 수가 현실화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5/27/202105270135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