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사상 미디어서평

푸른사상 2021. 2. 23. 10:39

 

"수도자들의 삶…은은한 향기 모두 담았죠"

종교 수도자들과의 만남 책으로 펴낸 김혜영 시인

등단 25년차 중견시인
`천사를 만나는 비밀` 출간

이해인·이인숙 등 수녀들과
숭산·우담스님 등 8인 수도자
각별한 인연과 삶 얘기 담아

"수도자들 자유롭고 천진난만"

"우리 모두는 아름다운 천사의 사명을 띠고 태어난 것 아닐까요. 천사를 만나는 비밀을 독자와 공유하고 싶었어요." 

등단 25년 차인 중견 시인 김혜영 씨(55)가 `천사를 만나는 비밀`(푸른사상)이라는 책을 냈다. 구도의 삶을 산 종교 수도자 8인과의 인연을 담은 책이다. 

그와 각별한 연을 맺었던 수도자들은 이해인 수녀를 비롯한 이인숙·임영식·서동숙 수녀 등 가톨릭 수녀 4명과 생불이라 불렸던 숭산 스님과 우담·무심·희상 스님 등 불교계 4명이다. 

"구도자들에게 끌린 가장 큰 이유는 아마 내 마음속에 구도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인 듯해요. 책에 등장하는 여덟 분은 제가 가까이서 직접 모셨거나 가끔 찾아 뵈면서 스승으로 섬겼던 분들이에요.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건 오래됐는데 몇 년전 이인숙 수녀님과 무심 스님이 돌아가시는 걸 보면서 본격적인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김 시인은 "수도자들의 삶에서는 언제나 은은한 향기가 풍겨 나왔다"고 말한다. "수도자들은 육체보다 정신적으로 더 큰 자유를 느끼는 분들입니다. 그리고 천진난만한 반면 고집스럽기도 하죠." 

김 시인이 만난 수도자들은 대단한 이상주의자들이라기보다는 일상을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었다. 시인은 평생을 가르멜 봉쇄 수녀원에서 살았던 이인숙 클라우디아 수녀의 말을 소개한다. 3년 전 소천한 이인숙 수녀는 이해인 수녀의 친언니이기도 하다. "하느님과의 일치가 깊을 수록 현실의 삶에 더 충실해집니다. 빨래를 할 때는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할 때는 청소를 하고, 한 사람을 만날 때는 100% 온전하게 그 사람을 만나는게 곧 수행입니다." 

경남 고성 불교 집안에서 자란 김 시인은 부산대에 진학하면서 가톨릭 기숙사에 들어가게 됐고 그때 세례를 받고 가톨릭 신자가 됐다. "가톨릭이든 불교든 금을 긋지 않고 수도자들을 만났어요. 종교를 떠나 그들이 밝히는 고유한 빛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린 거죠. 진리는 공기나 햇빛처럼 차별이 없기 때문이에요." 

`프로이트를 읽는 오전` 등 시집과 시 평론집 `분열된 주체와 무의식` 등을 출간한 김 시인은 시와 수행이 많이 닮았다고 말한다. 

"우담 스님께서는 `스님이 안 된 사람이 시인이 된다`는 농담을 자주 했어요. 불교의 선(禪)은 시적 사유와 깊이 연관돼 있어요. 또 성경에 등장하는 아름답고 상징적인 비유들은 시와 아주 흡사하죠. 차이가 있다면 시는 언어적인 표현에 집중하고, 수행은 언어와 삶을 일치시키기 위해 노력하죠." 

스님들과 나눈 선문답들도 흥미롭다. 단순한 말 한마디인 듯하지만 그 뜻은 한없이 깊고 그윽하다. 시인은 어느 날 우담 스님에게 "스님의 소망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 돌아온 답변은 "그냥 스님이 되는 것입니다"였다. 

우담 스님은 쌍계사라는 크고 유명한 절의 주지를 세 번이나 역임했지만 방송 인터뷰를 모두 거절할 정도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경계했다. 사실 `그냥 스님이 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니 가장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숭삼 스님과의 일화도 재미있다. 

미국 포교원으로 스님을 찾아간 시인에게 숭산 스님은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 

"마음이 무엇입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어리둥절한 시인이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하자 스님은 다시 이렇게 말한다. "모를 뿐인 그 마음을 알아야 합니다." 

다시 태어나면 수도자로 살면서 글을 쓰고 싶다는 시인은 과학 만능시대에 종교는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종교는 나은 방향으로 진화할 겁니다. 진정한 진리는 맹목적 믿음보다는 과학적 진실에 더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교리나 신화보다 더 중요한것이 내면의 빛을 찾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신라 고승인 의상대사의 법성게에 나오는 한 구절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생명의 절대가치와 평등성을 느끼게 해주는 심오한 구절이다. "한 티끌이 그 가운데 온 우주를 머금었고(一味塵中含十方) 낱낱의 티끌마다 온 우주가 다 들어 있네(一切塵中亦如是)." 

영문학 박사인 시인은 모세가 하느님을 만나는 장면도 좋아한다. 모세가 `하느님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했다는 하느님의 답변을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끝냈다. "나는 곧 나다(I am who I am)." 

매일경제, "수도자들의 삶…은은한 향기 모두 담았죠", 허연 기자, 2021.2.22

링크 : www.mk.co.kr/news/culture/view/2021/02/174422/